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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핫휠

[핫휠] 메르세데스 벤츠 190E 2.5-16v Evo 2

신차를 홍보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가 DTM의 전설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 차가 너무 크게 성공하면서 열받은 BMW가 만들어낸게 바로 M3 였죠. 오늘날까지도 90년대 DTM의 가장 유명한 라이벌을 생각하면 사람들은 이 두 차를 떠올립니다. 

 

오늘 이야기할 자동차는 메르세데스 벤츠 190E 2.5-16v Evo 2입니다. 190E는 벤츠가 1984년부터 1993년까지 생산한 컴팩트 세단으로, 이 중 일부는 고성능 버전인 2.5리터 엔진에 16개의 밸브 (16v) 로 생산되었습니다. Evo 2는 DTM에서 경주하기 위해 호몰리게이션으로 한정 생산된 버전을 의미합니다. 

 

핫휠에서는 2017년부터 190e Evo 2를 생산했으며, 이 제품은 해당 금형을 사용한 최초의 제품으로 2017년 카 컬쳐 시리즈의 Modern Classic 믹스로 출시된 제품입니다. 

 

 


1. '베이비 벤츠'의 탄생

그 당시 사람들은 최초의 컴팩트한 벤츠라 하여 '베이비 벤츠'라고 불렀습니다.

1982년, 메르세데스 벤츠의 첫 컴팩트 세단인 W201 190이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벤츠는 이전까지 이 정도로 '작은' 자동차를 만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벤츠의 입장에서는 이 컴팩트 세단의 성능과 안정성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경쟁자가 가득한 컴팩트 세단 시장에서 차를 팔기 위해선 190도 벤츠가 원래 만들던 대형차처럼 튼튼하고 성능이 좋다는 걸 보여줘야 했어요. 

 

정신나간 자동차, 드라이버, 그리고 관중들의 안전의식 덕분에 4년만에 짧고 굵게 끝난 그룹 B 랠리

벤츠가 원래 갖고 있었던 생각은 190의 고성능 버전을 만들어 랠리에 출전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그룹 B 덕분에 랠리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거든요. 그룹 B 랠리의 인기는 F1을 넘어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한창 DFV가 쓰일 땐 'F1에서 이기고 싶으면 코스워스를 찾아가라' 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어요

벤츠는 랠리에서 경쟁할 수 있는 레이스카를 만들기 위해 영국의 레이싱 엔진 전문 회사, 코스워스를 찾아갑니다. 코스워스는 F1에 엔진을 공급하면서 유명해졌는데, 코스워스의 역작인 DFV는 수많은 팀이 사용하며 150번의 그랑프리 우승을 기록할 정도로 전설적인 엔진이었어요. 

 

코스워스와 협업해 개발했다 하여 어렵고 복잡한 본명 대신 '190e 코스워스'로 불리기도 합니다

벤츠는 코스워스와 협업해 고성능 버전의 190E의 엔진을 개발합니다. 엔진의 배기량은 2.3리터로 늘렸고, 실린더당 4개의 밸브를 달아, 총 16개의 밸브가 들어갔다 하여 '2.3-16v'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참 독일스럽죠. 

 

2. 프로젝트 실패, 그리고 화려한 부활

4륜 구동 열풍을 불러온 아우디 콰트로

하지만, 2.3-16v가 랠리에 참여할 준비를 마칠 때쯤엔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아우디 콰트로가 랠리에서 후륜 구동보다 4륜 구동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증명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랠리 경기는 4륜 구동에 터보 엔진의 랠리카들이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벤츠 경영진은 후륜 구동에 자연흡기 엔진으로는 도저히 랠리에서 싸울 수 없다고 판단, 프로젝트를 폐기해버립니다. 레이스카를 아예 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던 엔지니어들은 개인 레이스팀에게 DTM에서 사용해볼 것을 권유합니다. 

 

랠리에서 버려진 코스워스 190E는 포장도로 레이싱에서 빛을 발합니다. 1985년에 DTM에 데뷔하고, 바로 다음 해 챔피언십 2위를 차지하죠. 사실 190E가 챔피언십에 뒤늦게 참여하여 초반 레이스에서 점수를 못따 2위를 한 것이었지, 제대로 참여했다면 1위가 확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점차 많은 팀들이 190E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더 좋은 성적을 보이기 시작하자 벤츠 본사에서도 DTM에서 190E를 지원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3. 경쟁자들의 추격, 다시 한번 도약

1987년부터 190E의 성적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터보 엔진 레이스카들이 점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가장 높은 출력을 내던 포드 시에라는 500마력 가까이 출력을 내는 반면 190E는 끽해야 260마력 정도를 냈습니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BMW M3의 데뷔였습니다. 190E의 목을 따려고 작정하고 개발된 M3는 트랙에서 190E의 성능을 압도했습니다. 190E 코스워스는 그 때까지 양산차의 일부를 개조해서 레이스에 출전한 정도였고, M3는 설계부터 레이스용으로 만들어진 자동차였거든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벤츠는 190E를 업데이트합니다. DTM에서는 레이스카에 변형을 주려면 그 변형을 반영한 양산차를 500대를 생산해야 했기 때문에, 벤츠는 1989년 2.3-16v를 업데이트한 190E 2.5-16v Evo를 500대 한정 생산합니다. 

 

2.5-16v Evo 는 이름처럼 엔진 배기량은 2.3리터에서 2.5리터로 늘렸고, 외관도 공기 역학을 위해 리어 윙, 스플리터, 사이드 스커트를 추가했습니다. 휠 크기도 기존 15인치에서 16인치로 늘렸고요. 

 

그걸로는 부족했는지, 벤츠는 1990년 두 번째 업데이트를 감행합니다. Evo 2라는 이름을 붙이고, 또 다시 500대의 양산 버전을 생산했습니다.

 

Evo 2 에서는 무게 밸런스를 위해 좌석 위치도 조정하고, 스페어 타이어 대신 연료 탱크를 넣어 무게 중심을 지면과 가깝게 낮췄습니다. 외관은 더 공기역학적으로 바뀌어 리어 윙의 크기는 더욱 커졌구요. 휠의 크기도 16인치에서 또 키워 17인치로 늘렸습니다. 

 

박물관에 전시된 1992년 DTM 우승 레이스카

1992년 벤츠의 노력은 드디어 성과를 봅니다. BMW 와 치열한 경쟁 끝에 클라우스 루드비히가 운전하는 190E Evo2가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합니다. Evo 2는 당시 벤츠가 생산하던 자동차 중 가장 코너링 스피드가 빨랐고, 셋업만 잘하면 M3보다도 코너링이 빨랐다고 합니다. 

 

이후 DTM의 규정의 큰 변화 때문에 BMW, 아우디 등 주요 제조사들이 불참하면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90년대 DTM의 황금기'는 이 시즌으로 끝나게 됩니다. 

 

 


차체는 유광 블랙으로 도색되어 있습니다. 벤츠가 Evo2를 양산할 때 딱 한 가지 색상 옵션, 블루 블랙 메탈릭으로만 제공했는데, 고증이 잘된 색상이라 마음에 듭니다. 또 각벤츠에 검은 색상이 잘 어울리기도 하구요. 

 

휠은 검은색에 크롬 테두리 조합의 터보팬 모양의 휠을 사용했는데, DTM에서 사용되던 레이스카의 휠과 매우 비슷해 정말 마음에 듭니다. 핫휠에서 190E가 여러 바리에이션으로 출시되었지만, 블랙+크롬 조합의 터보팬 휠을 쓴 제품은 이게 유일하더라구요. 

 

전면에는 헤드라이트와 그릴이 디테일하게 도색되어 있습니다. 특히 그릴의 도색 퀄리티가 만족스럽습니다.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이 생략되긴 했지만, 핫휠에게 그 정도의 디테일을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인 것 같네요. 

 

금형에 재미있는 디테일이 하나 있는데, 창문에 수직으로 세워둔 와이퍼를 표현해줬습니다. 

 

조금이라도 공기 흐름을 유연하게 만들고 항력을 줄이기 위한 그 시대의 수법입니다

수직 와이퍼는 8-90년대 레이스카에 흔하게 사용된 수법이었습니다. 와이퍼를 눕혀두면 본넷에서 앞 유리창으로 움직이는 공기가 와이퍼의 넓은 면적에 막혔기 때문에, 많은 레이스카들은 와이퍼를 수직으로 세우고 레이스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와이퍼를 눕히면 본넷 아래로 숨길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오늘날에는 사라진 수법이죠. 

 

후면에는 벤츠 로고, 190E 와 2.5-16 배지, 그리고 후미등이 도색되어 있습니다. 

 

Evo2 의 가장 큰 특징인 거대한 리어윙도 금형으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Evo 2의 거대한 리어 윙에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Evo2의 거대한 윙을 보고 충격을 받은 BMW의 R&D 책임자 볼프강 레이첼은 '저 윙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BMW의 윈드 터널 (자동차의 공기역학을 테스트하는 시설) 을 재설계해야 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후문으로는, BMW가 진짜로 윈드 터널을 재설계했다 하네요. 

 

더 넓은 타이어를 넣기 위해 볼록하게 튀어나온 펜더도 금형으로 예쁘게 나왔습니다. 

 

인테리어에도 재미있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실내 바닥이 카펫이 제거된 바닥으로 표현되어 있고, 조수석도 생략되어 있는 걸 보아하니 핫휠에서는 금형을 디자인할 때 완전한 레이스 스펙의 Evo 2를 표현하려 했던 것 같네요. 

 

크롬 테두리가 터보팬 휠을 잘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190E의 라이벌, M3와 함께

컬러 선택, 금형, 휠 모두 만족스러운 제품입니다. 특히 휠 선택은 제가 수집한 핫휠 중 가장 만족스러운 제품인 것 같네요. 2018년 출시되었을 때도 인기가 많았고, 2022년 지금은 구하기 더 어려운 제품인데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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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된 사진자료

"W201 190E 1.8" by Mercedes Club

"Group B Rally" by US Sports

"Cosworth Logo" by Cosworth

"Cosworth DFV" by Hot Rod Engine Tech

"1985 Audi Sport Quattro S1" by Supercars.net

"1986 2.3-16v" by Car and Driver

"190E DTM" by mb190e16v.com

"1989 2.5-16v Evo" by Favcars

"1992 K. Ludwig Evo2" by Mo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