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를 어떤 회사로 알고 계시나요?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이나 보조 배터리, 그러니까 소비자용 전자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알고 계실 겁니다. 이런 샤오미에서 처음으로 만든 전기차가 자동차의 성능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것으로 유명한 뉘르부르크링에서, 포르쉐 타이칸이나 리막 네베라보다 훨씬 더 빨랐다고 하면 믿겨지시나요?
아마 몇 년전에 이런 소리를 들었다면 당연히 헛소리라고 웃어넘겼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2024년 10월 28일, 이 이야기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샤오미의 SU7 울트라 프로토타입이 뉘르부르크링에서 6:46.74초의 랩타임을 기록한 것인데요.
이거, 진짜일까요? 정말로 샤오미가 만든 첫 전기차가 이런 말도 안되는 랩타임을 기록한 걸까요? 아니면 흔하디 흔한 마케팅 사기일까요? 오늘은 자동차 업계에 돌풍을 불러 일으킨 주인공, 샤오미 SU7 울트라와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에 대해 짧고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샤오미가 자동차도?
샤오미의 자동차 부서에 대해서 잘 몰랐던 분들을 위해, 먼저 샤오미와 SU7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보겠습니다. 샤오미는 2021년 자동차 부서의 출범을 발표했습니다. 작년에는 샤오미의 첫 전기차, SU7이 공개되었는데요.
전자 제품 회사가 내놓은 첫 자동차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복합적이었지만, SU7은 꽤 고무적인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만 판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 4월까지 7만대가 계약되었거든요.
샤오미는 SU7의 기본 트림 외에도 고성능 트림인 프로와 맥스 모델을 제공했는데요. 그리고 며칠 전, SU7의 트랙 지향적인 모델, SU7 울트라를 공개했습니다.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SU7 울트라를 공개하면서 샤오미는 SU7 울트라 프로토타입의 뉘르부르크링 랩타임도 공개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무려 6분 46.874초를 기록했는데요.
뉘르부르크링 공식 유튜브에 랩타임 측정 영상이 올라와 있고 공식 홈페이지에도 랩타임이 등록되어 있으니, 적어도 이 랩타임이 가짜는 아닐 겁니다.
6분 46초의 랩타임이 얼마나 빠른지 체감이 안되신다면, 이전의 기록들과 비교해볼게요.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빠른 4도어 전기차인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 바이작 패키지가 7분 7초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샤오미는 타이칸보다 20초 가량 빠른 랩타임으로 기록을 갈아치운건데요.
거기에다가 가장 빠른 전기차로 알려진 리막 네베라가 뉘르부르크링에서 7분 5초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내연기관으로 눈을 돌리면, 최신 911 GT3 RS가 6분 49초의 기록을 세웠구요.
더 놀라운 건
샤오미는 이것보다 더 빠른 랩타임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랩타임을 측정하던 날의 서킷 노면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도로가 너무 젖어 있어서 드라이버가 자동차의 한계 성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 그 날 서킷 상태가 나빠서 샤오미가 랩타임을 측정할 기회는 단 한 번 밖에 없었다고 해요. 게다가 측정 중에 나뭇잎이 전방 충돌 센서를 가리는 바람에 12초 동안 동력이 완전히 끊기는 사고도 있었구요.
자동차에 적응한 드라이버가 이상적인 상태의 서킷에서 측정을 했다면, 랩타임을 적어도 10초는 단축할 수 있었다는게 중론입니다. 6분 30초 정도의 기록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구요.
프로토타입의 함정
그래서 샤오미가 정말 포르쉐와 리막보다 훨씬 빠른 자동차를 만든걸까요? 답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양산차와 프로토타입, 그러니까 비양산 모델의 차이에서 오는 함정이 있거든요.
포르쉐 타이칸이나 리막 네베라는 공도에서 주행이 가능한 양산차지만, 샤오미가 랩타임을 측정한 SU7 울트라는 프로토타입, 그러니까 공도 주행이 불가능한 시제품 모델입니다.
그러니 소비자들이 구매해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와 6분 47초의 기록을 세운 자동차는 서로 다른 자동차라는 것인데요. 프로토타입과 양산형 모델이 다를 것이라는 건 샤오미에서도 가감없이 인정했습니다.
프로토타입 버전의 SU7 울트라에는 공도 주행이 불가능한 레이스용 타이어가 장착되었습니다. 거기에 레이스카처럼 내장재를 전부 제거하고 운전자석을 제외한 모든 시트를 제거해 무게를 최대한 낮췄구요. 또 양산형과 다른 바디워크를 사용해 훨씬 큰 스플리터나 리어 윙과 디퓨저를 사용해 훨씬 많은 다운포스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뉘르부르크링에서는 양산차와 비양산차의 기록을 다른 카테고리에 분류합니다. 양산차는 공도 주행을 위한 규제의 틀 안에서 만들어지지만, 비양산차는 규제 없이 만들 수 있으니 공평한 경쟁이 안되니까요.
SU7 울트라 프로토타입의 기록은 뉘르부르크링의 공식 기록으로 등록되었지만, 비양산 부문인 프로토타입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샤오미의 주장과는 다르게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빠른 4도어 양산차'는 여전히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입니다. 샤오미의 발표 이후 많은 미디어에서 샤오미가 타이칸보다 빠른 전기차를 만들었다고 보도했지만, 아직 SU7 울트라는 양산 단계도 아니고, 양산차로 세운 기록도 아니니 비교가 불가능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오미가 이룬 성취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닙니다. '뉘르부르크링에서 7분 아래로 들어오는 것들은 다 개쩐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뉘르부르크링에서 7분 이하의 랩타임을 기록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양산차에게 필요한 제약이 없는 프로토타입으로 세운 기록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제약 없이 자동차를 만들더라도 이 정도 기록을 세울 수 있는 제조사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샤오미는 이 어려운 일을 처음 만든 자동차로 이뤄낸 거구요.
차쟁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만한 샤오미의 발표도 있었습니다. SU7 울트라는 프로토타입에서 많은 것이 바뀌어서 양산될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전기 모터와 배터리 팩, 섀시는 프로토타입과 같은 것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양산 버전에서도 SU7 울트라는 1548마력을 낼 것이고, 노르트슐라이페를 2바퀴 돌 수 있을 정도의 배터리 열 관리를 보여줄 것이며, 서킷 주행에 최적화된 섀시 컨트롤 시스템을 선보일 것이라고 합니다.
SU7 울트라는 현재 예약 판매 단계에 있으며, 가격은 814,900 위안, 한화로 약 1억 5800만원 정도입니다. 2025년 3월에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샤오미는 2025년 3분기에 양산 버전의 SU7 울트라로도 뉘르부르크링에서 랩타임을 측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사용된 자료
Xiaomi SU7 Ultra Prototype from electrive
Xiaomi SU7 Ultra from Xiaomi
Xiaomi SU7 Ultra Nürburgring Lap Record from Nürburgring Official Youtube Channel
Xiaomi SU7 bz car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