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이 뽑은 가장 영국스러운 자동차,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 받아온 20세기의 아이콘, 누구나 아는 패밀리카에서 랠리와 트랙을 달리는 레이스카까지.
오늘 살펴볼 핫휠은 2021년 카 컬쳐 시리즈의 British Horsepower 라인의 모리스 미니입니다.
자동차를 잘 모르는 사람도 '미니' 하면 네모난 차체에 둥근 헤드라이트를 떠올리듯 미니는 가장 대중적인 자동차 중 하나입니다.
핫휠에서도 2000년부터 수많은 바리에이션의 미니를 출시했습니다. 이번 미니는 처음으로 프리미엄 버전으로 출시되어 디테일한 도색과 고무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미니의 탄생은 1950년대 수에즈 전쟁에서 비롯합니다. 전쟁으로 수에즈 운하가 봉쇄되자 영국의 유가가 폭등하였고 경제적인 이동수단에 대한 수요 또한 폭등했습니다.
이 시기 영국에서는 마이크로카가 대세였습니다. 마이크로카들은 압도적으로 작은 크기, 좋은 연비, 싼 가격과 낮은 세금이 장점이었지만, 몸을 구겨 넣어야 들어갈 수 있는 비좁은 내부 공간과 사고라도 나면 탑승자들을 모두 황천으로 보낼 수 있는 안전성이 문제였습니다.
이에 모리스사는 제대로 된 이코노미카를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모리스사는 '차체는 작고 연비가 좋으면서도 성인 네 명이 탈 수 있는 차'를 개발하기를 원했습니다.
헤드 디자이너였던 알렉 이시고니스 (Alec Issigonis)는 넓은 내부 공간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이 중 가장 독특한 부분은 엔진이었는데, 당시에는 엔진을 세로 방향으로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큰 엔진을 사용하면 엔진이 차지하는 공간이 길어지고 내부 공간은 좁아지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알렉 이시고니스는 작은 공간에 엔진을 구겨넣기 위해 엔진을 90도 틀어 가로로 배치했습니다. 또한 동력을 앞바퀴에 전달하게 만들었는데, 이 설계 덕분에 미니는 차체 길이 중 엔진룸은 단 20% 밖에 차지하지 않게 됩니다. 이 설계 방식은 이후 수많은 소형차 설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바퀴는 내부 공간에 침범하지 않도록 10인치의 매우 작은 바퀴를 사용하고 차체의 모서리에 가깝게 배치하였습니다. 심지어 서스펜션은 통상적으로 사용되던 스프링 방식이 아닌 고무 콘을 사용하여 차지하는 공간과 생산 단가를 낮추었습니다.
결과는 미니의 탄생이었습니다. 미니는 성인 4명이 짐을 들고 탈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어 실용적일뿐만 아니라, 딱딱한 고무 서스펜션 덕분에 운전하기 재미있는 자동차였습니다. 사람들은 미니에 열광했고, 1959년 출시한 미니는 2000년까지 무려 41년간 생산되었으며 약 530만대의 미니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코노미카의 상징이지만, 사실 미니는 모터스포츠에도 근본이 있는 자동차입니다.
영국 모터스포츠의 전설 존 쿠퍼는 미니에게 레이싱의 가능성을 보았고 미니와 협력하여 엔진과 브레이크를 개조한 미니로 랠리에 참가합니다.
미니의 모터스포츠 입성은 많은 반발을 받았습니다. 미니는 도심 운전을 위해 설계된 자동차였고, 미니가 출전하는 몬테 카를로 랠리는 1000km가 넘는 거리를 산을 오르내리며 질주하는 극한의 경기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경쟁자들은 미니보다 3배에서 4배나 출력이 높은 엔진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니는 작고 가벼웠으며, 바퀴가 차체의 모서리에 가깝게 위치하여 날렵한 코너링 성능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앞바퀴굴림이기 때문에 다른 뒷바퀴굴림 자동차들과 달리 미끄러운 도로에서 쉽게 미끄러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강점 덕분에 미니는 랠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둡니다. 미니는 포르쉐, BMW, 포드 등의 강자들을 꺾고 몬테 카를로 랠리에서 1964, 1965, 1967년에 우승하였습니다. 사실 1966년에도 미니가 1위, 2위, 3위를 전부 차지했으나 연승하는 미니가 아니꼬웠는지 협회에서 보조 헤드라이트의 전구를 문제 삼아 실격 처리하는 바람에 그 해 우승을 놓쳤다고 합니다.
랠리에서 미니가 우승을 휩쓰는 것을 본 사람들은 미니가 퍼포먼스도 뛰어난 차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미니는 이후 존 쿠퍼의 이름을 따 고성능 버전인 '미니 쿠퍼'와 '미니 쿠퍼 S'를 생산합니다.
미니는 단순한 이코노미카를 뛰어넘어 20세기의 상징이 되었고, 1999년 열린 20세기의 자동차 (Car of the Century) 에서 2위를 차지했습니다. tmi로 1위는 최초의 양산 자동차인 포드의 모델 T였다고 합니다.
차체는 오렌지색에 펜더, 후드와 지붕은 흰색으로 도색되었습니다. 옆면에는 경주용 자동차인만큼 스폰서 로고들과 번호가 도색되어 있습니다.
펜더 부분을 자세히 보면 펜더 플레어에 볼트 자국도 표현되어 있네요.
후면에는 깨알같은 'Morris Cooper' 레터링이 있습니다.
이 버전의 미니에는 숨겨진 기능이 하나 있습니다. 이렇게 차체를 뒤집어서 흰색 버튼을 아랫쪽으로 누르면
이렇게 차체와 베이스를 분리시킬 수 있습니다. 모든 핫휠 미니가 이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고, 주로 2000년대 초반에 생산된 바리에이션에 이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차체를 분리한 뒤 다른 미니의 베이스와 바꿔 장착할 수 있다고 하네요.
내부 인테리어도 나름 디테일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영국 차인만큼 오른쪽에 운전자석이 있고, 경주용 자동차라 조수석과 뒷좌석은 제거되어 있네요.
전반적으로 클래식 미니의 느낌을 잘 살린 금형, 디테일한 도색이 만족스러웠던 제품입니다. 다만 바퀴가 크게 나와 클래식 미니 특유의 작은 바퀴가 아닌 것이 아쉽습니다. 프리미엄으로 출시되었으니 이후에도 프리미엄으로 다른 바리에이션도 만나봤으면 좋겠네요. 이왕이면 금형을 새로 개발해 작은 바퀴도 잘 표현해주길 기대합니다.
사용된 사진 자료
"BMW Isetta 600" by pedrosimoes7 is licensed under CC BY 2.0
"mini cross section" by geni is licensed under CC BY-SA 4.0
"Running Monte Carlo" by MINI
"Austin Cooper S" by *AM*Photography is licensed under CC BY-NC-SA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