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포르자 호라이즌 5의 첫 DLC가 출시되었습니다. 전작들과 비교하면 굉장히 늦은 시기에 발매된 DLC였죠. 게다가 테마는 핫휠로, 이미 5년 전 호라이즌 3에서 해본 적 있는 테마였어요. 과연 포르자의 시도는 성공이었을까요, 뇌절이었을까요?
DLC 출시가 한 달이 더 지난 지금,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늦은 것 같지만 DLC 출시도 늦었으니까 리뷰도 늦는다는 생각으로 올리는, 레이싱 휠로 플레이해본 포르자 호라이즌 5 핫휠 DLC의 후기입니다.
+ 역시, 포르자 호라이즌다운 비주얼
포르자 호라이즌 5이 제일 잘하는 걸 DLC에서도 잘 보여줬습니다. 본편에서도 뽐낸 수려한 그래픽으로 핫휠 세상을 예쁘게 잘 표현했어요.
특히 이런 물방울 효과나 광원 효과, 그리고 움짤로는 담을 수 없지만 음향 효과까지 더해지면 이런 게 차세대 게임이구나 싶었습니다. 특히 호라이즌 5로 오면서 업그레이드된 음향 효과를 본편에서는 체감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 핫휠 DLC에서는 빵빵하게 들을 수 있는 구간이 여럿 있어서 좋았어요.
덕분에 호라이즌 5 핫휠은 독보적인 경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살 수 있는 핫휠 관련 게임 중 이 정도 그래픽으로 구현된 실제 차량을 몰 수 있는 게임은 호라이즌 5이 유일한 것 같네요. 작년에 출시된 핫휠 언리쉬드도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주긴 하지만, 거긴 핫휠을 장난감의 모습으로 보여주는데 초점을 뒀다면 호라이즌 5는 핫휠을 현실 세상의 크기로 옮겨 놓는데 초점을 뒀으니까요.
+ 거대한 맵, 다양한 바이옴
핫휠 파크는 총 200km가 넘는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DLC라는 걸 감안하면 엄청나게 큰 크기인데요. 다만 맵이 커지면 그 안에 많은 컨텐츠와 흥미 요소를 채워 넣어야 지루하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번 DLC는 3개의 바이옴으로 나눠 각 바이옴마다 다른 분위기, 다른 트랙으로 구성해놓아 넓지만 지루하지 않게 구성했어요.
3가지의 바이옴을 보면 본편의 사계절 시스템을 기반으로 바이옴을 구성한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물이 흐르고 습한 숲 폭포는 봄이나 여름, 건조한 거인의 계곡은 가을, 눈과 얼음이 나오는 얼음 도가니는 겨울 이렇게요. 전작에선 지겹게 봤지만 호라이즌 5 본편에서는 거의 멸종한 눈과 얼음이 다시 돌아온 걸 보니 좋았어요.
+ 진행도 시스템 추가
포르자 호라이즌은 DLC를 낼 때마다 다음 호라이즌 게임에 추가될 신기능을 실험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호라이즌 2의 DLC는 랠리를 실험했고, 호라이즌 3 본편에 랠리가 추가되었구요. 호라이즌 3의 DLC는 눈과 얼음 지형을 실험했고, 그 결과 호라이즌 4에서 겨울 계절이 추가되었죠.
아마 이번 DLC에서 실험한 신기능은 진행도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핫휠 아카데미라는 시스템을 추가했는데, DLC를 시작하면 핫휠 아카데미에 자동으로 등록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가 낮은 성능의 자동차로 제한됩니다. 이후 다양한 미션과 레이스를 완료하여 점수를 모으면 더 높은 성능의 자동차가 해금되구요.
최근 호라이즌 시리즈의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진행도 시스템의 부재였습니다. 호라이즌 4나 5나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구간을 지나고 나면 플레이어를 호라이즌 세상에 냅다 던져두거든요. 호라이즌 5에 와서 호라이즌 어드벤처로 튜토리얼이 조금 더 길어지긴 했지만, 호라이즌 어드벤처가 끝나면 뭘 해야 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문제는 여전합니다.
또 호라이즌 5는 뉴비가 고성능 차량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고성능 차량을 오토쇼에서 구매하려면 비싸지만, 크레딧을 워낙 퍼주는 게임이라 금방 구매할 수 있습니다. 또 튜닝 비용도 굉장히 싸기 때문에 아무 차량이나 S2 클래스까지 올려 초고성능으로 만들기 쉬워요.
이렇다 보니 뉴비들이 시작하자마자 제일 빨라 보이는 자동차를 고르고 자동차를 통제하지 못해 게임이 어렵다고 느껴 빠르게 게임을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성이 높은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의 특성상 레이싱 게임 경험이 없는 뉴비들이 많이 유입되는데, 운전법에 대한 제대로 된 튜토리얼도 없고, 시작부터 제일 어려운 자동차를 탈 수 있게 해 주니 결과적으로 코너만 나오면 반이 벽에 들이박는 유저층이 탄생하게 됐어요.
때문에 진행도 시스템의 도입은 저에게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초보자는 낮은 성능으로 제한해 게임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고, 미션을 완료하면서 자연스럽게 맵 곳곳을 탐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기능은 좀 더 확장해 호라이즌 6에서 제대로 써먹었으면 하네요.
- 잘 만든 맵에 아쉬운 활용성
DLC를 플레이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잘 만든 맵의 활용을 제대로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점입니다. 일단 맵을 보면 3개의 섬들이 있고, 그 위에 핫휠 트랙이 떠 있는 구조인데 플레이 타임의 90%는 이 핫휠 트랙에서 보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 지형을 거의 풍경으로만 보게 되는 건데, 그렇게 쓰이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바이옴별로 사막, 눈밭, 계곡과 진흙까지 다양한 지형 위에서 달릴 수 있게 제대로 구현되어 있고, 그 크기도 무지하게 큽니다.
플레이어가 트랙 바깥으로 나가는 일을 기껏해야 경험치 판자를 부수러 가는 게 끝입니다. 그 외에는 트랙 바깥에 놀거리를 아무것도 만들어놓지 않아 잘 만든 공간이 버려지고 있다고 봐요.
개발진이 여길 잘 활용한 레이스를 만들었다면 본편의 부족한 랠리 레이스를 보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눈이 거의 안오는 멕시코 특성 상 본편에서는 눈길 랠리를 즐기기 어려운데 여기서 눈길 랠리를 추가해주면 좋았을텐데 생각해요.
활용성을 이야기할 때 기획서 빌더 기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핫휠 트랙을 파츠별로 이어서 유저가 직접 트랙을 창작하는 기능인데, 이 기능의 자유도도 매우 떨어집니다.
일단 트랙의 시작점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없다는 점도 그렇고, 이미 맵에 설치되어 있는 핫휠 트랙을 없앨 수도 없다는 점 때문에 제대로 된 창작을 할 수 없어요. 만일 핫휠 트랙을 싹 지울 수 있었다면 거대한 맵을 바탕으로 수많은 유저 창작 트랙들이 쏟아져 나왔을 거고, DLC의 수명도 길게 늘일 수 있었을 거예요.
본편에서도 느꼈던 건데, 호라이즌 5는 베이스는 잘 만들어놓고 활용성을 다 막아놔서 그 잠재력을 제대로 못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행보를 보면 '오픈월드 레이싱 샌드박스' 게임으로 입지를 굳히려는 것 같은데, 의도적인 건지 게임 엔진의 한계인건지 유저의 자유도를 막는 경우가 많네요.
총평 - 그래서 살만한가요?
기대 이상의 DLC였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호라이즌 5의 출시 이후 업데이트를 보면 컨텐츠 추가가 굉장히 느려서 이번 DLC에 기대가 적었는데, 컨텐츠 양이나 품질이나 기대 이상이네요. 핫휠에 관심이 있고 본 게임이 있다면 반드시 구매하시고, 핫휠에 큰 관심이 없어도 돈이 아깝지 않은 DLC입니다. 본편은 없는데 이 DLC를 하고 싶다면 게임 패스로 뚫는게 가장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레이싱 휠로 플레이한 후기는, 본편과는 약간 다른 물리 효과로 좀 더 아케이드성이 짙어지긴 했으나 레이싱 휠로 플레이하기에 문제는 없습니다. 약간 물리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본편에서 튜닝한 자동차가 핫휠 DLC에서는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요. 아, 그리고 설정에서 핫휠 스턴트 스티어링 보조를 끄고 하는 걸 추천합니다. 이거 켜놓으니까 차가 루프를 돌거나 뒤집혀서 달리기만 하면 포스 피드백이 맛이 가더라구요.
이건 여담인데, 다음 포르자 호라이즌에서 핫휠 관련된 DLC가 나온다면 스탠드얼론 게임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본편과는 다른 물리 효과를 적용한 점이나, 본편에서 튜토리얼만 끝내면 바로 DLC 지역으로 진입할 수 있게 해주게 하고 본편 플레이 경험이 없는 DLC 구매자들을 위한 안내 페이지까지 만든 걸 보면 핫휠 DLC만 구매하려는 유저층이 어느 정도 있나 테스트한 게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