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와 패밀리 세단이나 만들던 일본의 한 자동차 회사가 처음으로 만든 스포츠카입니다. 근데 너무 잘 만들어서 스포츠카는 물론이고, 이탈리아의 슈퍼카 장인들까지 긴장하게 만들었죠. '기술력의 일본'을 상징하는 최신 기술의 정점, 슈퍼카를 이긴 스포츠카, 혼다 NSX-R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자동차는 혼다 NSX-R입니다. 혼다 NSX는 1991년부터 2005년까지 생산된 스포츠카이며, NSX-R은 그중 경량화와 서스펜션 셋업으로 트랙 주행에 중점을 둔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2001년 페이스 리프트를 거친 na2 모델입니다.
해당 제품은 2022년 핫휠 카 컬쳐 시리즈에서 Mountain Drifters 믹스로 출시된 제품입니다.
두 얼굴의 혼다
때는 1980년대 중반, 혼다의 이야기입니다. 혼다는 두 얼굴의 자동차 기업이었습니다. 소비자 시장에서 혼다는 신뢰도 높은 가성비 자동차로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모터스포츠 쪽에서는 가장 뛰어난 레이스 엔진을 생산하는 제조사로 유명했죠. 두 이미지 사이의 갭이 너무 크죠?
1980년대 중반, 혼다의 사내 엔지니어링팀에서 재밌는 실험을 합니다. 혼다 시티의 엔진을 빼다가 운전석 뒤에 넣고 회사 주차장에서 운전을 해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재밌는 거예요. 혼다 시티 실험의 사내 평가가 좋게 나오자 경영진들 사이에서 순수한 스포츠카를 개발하자는 의견이 나옵니다.
때 마침 혼다는 자사의 럭셔리 브랜드인 아큐라를 미국에 진출시킬 계획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아큐라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려면 뭔가 내세울만한 자동차가 필요했으니, 아큐라의 얼굴이 되어줄 자동차를 만들기로 했어요.
혼다는 시작부터 목표를 크게 잡았습니다. 당시 최고의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를 목표로 잡았어요. 혼다의 목표는 페라리 328을 제낄 수 있는 성능을 내면서도 여전히 '혼다'스러운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훌륭한 슈퍼카, 반쪽짜리 자동차?
8-90년대의 슈퍼카들의 공통된 특징은 개떡같은 자동차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자동차의 본질은 사람을 태우고 이동하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슈퍼카는 많이 부족한 자동차였습니다. 운전하기는 더럽게 어렵고, 승차감은 안중에도 없이 만들었고, 마감 품질도 조악해서 1-2년만 지나면 여기저기 고장 나기 시작했죠.
하지만 그 시대에는 그게 먹혔습니다. 그게 당연했으니까요. 아무도 승차감이 좋고, 운전하기 쉬우면서 품질이 뛰어난 슈퍼카를 만든 적이 없었거든요. 변속을 할 때마다 씨름을 해야 하는 뻑뻑한 변속기도 페라리니까 당연하게 여겼고, 창문이 4개나 달렸는데 그중 열리는 건 하나밖에 없어도 람보르기니니까 당연하게 여겼어요.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혼다가 만드는 스포츠카 (또는 슈퍼카) 는 굉장히 색다른 도전이었습니다. 혼다야 말로 슈퍼카와 대척점에 서있는, 안 고장 나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했으니까요. 혼다는 프로젝트명을 새로운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New Sportscar eXperimental, NSX로 짓습니다.
장인 정신으로 빚은 스포츠카
혼다가 하려는 일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누구보다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된다는 뜻이었죠. 다행히, 혼다에게는 F1 엔진을 납품하며 얻은 경험과 지식이 있었습니다. 또 버블 경제 시대라 막강한 자금력도 있었죠.
자동차 세계에 없는 자동차를 만들려면 자동차에서 영감을 얻을 수 없겠죠. 혼다는 NSX의 영감을 F16 다목적 전투기에서 얻었습니다. F16의 특징인 뛰어난 무게-출력 비율, 높은 기동성과 반응성을 자동차로 구현해내겠다는 것이었어요.
연구원들이 계산한 결과, 혼다가 목표로 하는 성능을 내려면 대략 1.3톤의 차체에 250마력 정도의 출력을 내는 엔진이 필요했습니다. 문제는 그 정도 출력을 내는 엔진이 들어갈만한 차체를 디자인하면 도저히 1.3톤 아래로 만들 수가 없었어요. 엔진을 앞이 아닌 뒤에 넣으려면 더 많은 차체 보강이 필요해서 필연적으로 무게가 늘어나거든요.
아무도 못한 일을 하려면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을 써야겠죠. 혼다가 찾은 방법은 알루미늄이었습니다. 혼다는 알루미늄만으로 모노코크 바디를 만들었는데, 이는 자동차 업계에서 누구도 성공한 적이 없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덕분에 바디와 서스펜션 합쳐서 220kg 정도의 무게를 경량화할 수 있었습니다.
혼다의 F1에서의 경력은 NSX의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F1 선수들에게 자동차의 시험 운전을 시킨 후 피드백을 받아 자동차를 수정할 수 있었는데요.
F1의 전설, 아일톤 세나가 이 개발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차가 출시되기 몇개월 전, 세나는 NSX를 타보고는 '다 괜찮은데, 차체가 너무 물렁물렁하다'라고 평했습니다.
여기서부터 혼다 엔지니어들의 장인 정신으로 차체 빚기가 시작됩니다. F1 선수에게 시험 운전을 시킨 후, 차체 강성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을 피드백받으면, 문제를 해결할 걸로 추정되는 부분에 알루미늄을 용접한 뒤 다시 시험 운전을 시키고 개선이 되었는지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을 수개월 동안 반복했고 여기서 쌓인 데이터는 일본 본사의 슈퍼 컴퓨터로 전달되어 양산차의 섀시 설계를 수정했어요. 덕분에 NSX는 초기보다 50% 더 강성이 높은 차체를 갖게 되었습니다.
너무 완벽해서 문제
91년, 세상으로 나온 NSX는 평론가, 소비자를 가리지 않고 극찬을 받았습니다. NSX의 성능은 목표대로 페라리 328과 동등하게 겨룰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가격은 페라리의 절반밖에 하지 않았고, 데일리 카로 탈 수 있을 만큼 편하고 안정적이었습니다.
NSX는 영국의 유명 자동차 엔지니어 고든 머레이가 극찬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고든 머레이는 당시 판매되는 '불완전한' 슈퍼카들에 불만을 품고 있었는데, NSX를 보고 자신도 이런 완벽한 슈퍼카를 만들고 싶다는 영감을 받습니다. 그렇게 고든 머레이의 손에서 탄생한 슈퍼카가 바로 맥라렌 F1이에요.
NSX의 등장은 업계에 긴장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슈퍼카를 '적당히' 만들어도 사람들이 잘 사주던 시절은 끝났어요. NSX가 경쟁자들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업계도 NSX를 쫓아가기 위해 각성했습니다.
너무 크게 도약했던 걸까요? NSX의 출시 이후로 많은 슈퍼카 브랜드들이 각성해 발전을 보인 반면, 정작 발전의 이유가 되었던 NSX는 크게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초기 NSX가 워낙 잘 만든 차여서이기도 하겠지만, 일본의 버블 경제가 터지면서 더 이상 차 하나 개발한다고 1800억을 태우는 미친 짓을 할 수 없게 되었거든요.
그렇게 혼다 NSX는 2005년, 약 15년의 생산 끝에 단종됩니다. 슈퍼카 시장에 혁명을 일으킨 선두주자였지만, 결국 자신이 일으킨 혁신에 경쟁력이 뒤떨어져 퇴장하게 됐어요.
차체는 Type-R의 근본 색상, 챔피언십 화이트로 도색되어 있습니다. 혼다가 1963년에 첫 F1 레이스카를 출전시켰을 때 차체를 흰 색상으로 도색했는데, 그 이후로 혼다에서 생산하는 가장 고성능 모델에만 '챔피언십 화이트' 색상의 도색 옵션을 제공했습니다.
휠도 챔피언십 화이트 색상의 10 스포크 휠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실차의 7 스포크 휠과는 좀 다르긴 해도 비슷한 휠이라 만족해요.
전면부의 헤드라이트는 클리어 플라스틱으로 표현되어 있고, 빨간 혼다 엠블럼이 도색되어 있습니다.
후면부는 빨간 후미등 라인이 도색되어 있고, 중앙에는 혼다 엠블럼이, 번호판에는 NSX-R 로고가 도색되어 있네요.
리어 윙에도 후미등이 있는데 이건 도색으로 표현하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NSX의 F-16의 콕핏에서 영감을 얻은 콕핏 디자인도 금형으로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유리창 틴팅을 너무 어둡게 해서 거의 안쪽이 보이지 않네요.
처음 봤을 땐 아예 불투명한 검은색 플라스틱인가 했는데, 빛을 비춰보니 아주 흐릿하게 내부가 보이긴 하더라구요. 엔진 베이의 엔진도 보이고, 우핸들의 운전자석도 보이는데 틴팅 때문에 디테일이 다 가려지는 게 아깝습니다. 흰색 차체와 검은 창문의 조합이 간지나긴 하는데 너무 틴팅이 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챔피언십 화이트 색상이 마음에 든 제품입니다. 금형 자체는 2020년에 분노의 질주 프리미엄 시리즈로 먼저 나왔지만 메탈 그레이 색상이라 사고 싶은 맘이 안 들었는데, 차체와 휠을 흰색으로 도색해놓으니 꼭 수집해야겠다 싶었어요. 틴팅 문제 외에 아쉬운 점이 하나 더 있다면 흰색 도색이라 그런지 먼지나 반점, 얼룩이 더 눈에 띄더라구요. 마텔에 크게 기대하지 않아야 되는 걸 알면서도 비슷한 가격대의 타 브랜드와 비교해보면 아쉬운 마감 품질입니다.
사용된 사진자료
Honda Civic gen 3 by auto evolution
80s vintage Honda F1 by motor1
Honda City gen 1 by Charles1
F-16 by United States Air Force
Honda NSX by Supercars.net
NSX Development by Japanesenostelgiccar
Mclaren F1 by Mclaren Automotive
NSX NA2 by Tokumeigakarinoaoshi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