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가장 상징적인 슈퍼카, 창립자의 이루지 못한 꿈을 이뤄준 자동차, 그리고 미스터 빈이 두번이나 부숴먹은 자동차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자동차는 맥라렌 F1 GTR입니다.
맥라렌 F1은 맥라렌에서 1992년 출시한 스포츠카입니다. 맥라렌이 생산한 최초의 도로 주행용 자동차이며 총 106대만이 생산되었습니다. 맥라렌 F1 GTR은 F1 중에서 경주용으로 개조된 버전을 의미합니다.
핫휠에서는 2010년에 처음으로 F1 GTR을 출시했으며 2019년 카컬쳐 시리즈에서 프리미엄 버전이 출시되었습니다. 이 제품은 2021년 카컬쳐 시리즈의 British Horsepower 라인으로 출시되었습니다.
맥라렌 F1의 탄생은 맥라렌의 창업자, 브루스 맥라렌의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22세에 우승하며 최연소 F1 우승자가 된 브루스 맥라렌은 1963년 맥라렌 모터 레이싱을 창립합니다. 맥라렌 모터 레이싱은 이름 그대로 레이싱을 위한 회사였고 F1 경주용 차들을 만드는 회사로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브루스 맥라렌은 양산차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F1 경주용 자동차들을 만들며 얻은 노하우로 양산차를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브루스 맥라렌은 1970년 새로운 경주용 차를 시험 운전하다가 사고로 사망합니다. 브루스의 양산차 프로젝트는 주인을 잃고 그렇게 무기한 중단되었습니다.
브루스가 세상을 떠난지 20년 뒤, 그의 꿈은 그가 만들었던 회사에 의해 부활합니다. 맥라렌 레이싱 팀의 기술 총괄이었던 고든 머레이의 지휘 아래 맥라렌은 F1의 기술력으로 양산차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합니다. 맥라렌의 첫 양산차의 이름은 근본이 F1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F1 이었습니다.
차체는 걸프 레이싱 팀의 리버리를 입고 있습니다. 익숙한 하늘색과 오렌지색이 아닌 짙은 파랑색과 오렌지색으로 도색되었습니다. 옆면에는 걸프 로고와 번호, 영국 국기와 맥라렌 F1 로고 그리고 익숙한 미쉐린 맨까지 보입니다. 전반적인 리버리 디자인은 F1 GTR의 15번 차량의 것을 본따 만든 것으로 보이네요.
고든 머레이는 지독한 완벽주의자였습니다. 그는 가장 빠른 양산차를 만들기 위해 '더 가볍고 더 강력하게'의 공식을 따르기로 합니다. 먼저 그는 차체의 무게를 낮추기 위해 탄소 섬유를 사용했습니다. 지금은 탄소 섬유가 온갖 차에 장착할 수 있는 튜닝 파츠로 나올 정도로 대중화되었지만, 당시에는 F1 경주용 차에나 사용되던 것이었습니다. 맥라렌 F1은 최초로 탄소 섬유로 섀시와 바디를 제작한 양산차입니다. 섀시는 모노코크 방식 (섀시를 통짜로 제작하는 방식) 으로 제작했는데, 이는 섀시를 가벼우면서도 강성은 높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그는 차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ABS, 트랙션 컨트롤, 파워 스티어링과 같은 보조 제어 장치들을 전부 제거했습니다. 이 덕분에 F1은 1138kg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뒷면은 F1 특유의 급격하게 꺾어지는 뒷태를 잘 표현했습니다. 리어 윙은 파란색으로 차체 색과 동일하지만 재질은 플라스틱으로 되어 약간의 이질감을 주는게 아쉽네요.
윗쪽으로는 주황색 스트라이프가 한줄 이어지고, 인테리어는 중앙에 위치한 운전석을 표현한 것이 보이네요.
고든 머레이의 완벽주의는 독특한 중앙 운전석에서도 드러납니다. 당시 오른쪽 또는 왼쪽에 운전석이 위치한 차들은 핸들과 페달의 위치가 일직선으로 나란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운전자들은 페달을 밟기 위해 엉덩이를 약간 틀어서 운전해야 했는데, 완벽주의자였던 고든 머레이는 이걸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나 봅니다.
그는 운전석을 마치 F1 경주용 차처럼 중앙에 넣어버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는 핸들과 페달의 위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운전자에게 보다 넓은 시야를 제공하고 운전자의 무게가 차체의 중앙에 위치하게 만들어 차체의 무게 중심이 쏠리는 것도 방지했습니다. 그리고 조수석이 없는 상태로 1인승 차를 도로 주행용으로 내긴 뭣하니 운전석 뒤에 2개의 시트를 넣어 1+2 방식이라는 당시나 지금이나 참 독특한 방식으로 차를 설계했습니다.
고든 머레이는 완벽한 시트 구성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도로 주행을 할 때는 상당히 불편한 시트 구성이었다고 합니다. 오른쪽이나 왼쪽 운전석을 기준으로 설계된 공도에서 중앙에 앉아 차를 운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으며, 운전석 뒤에 낑겨 들어간 2개의 시트는 너무 비좁았다고 하네요.
후면에는 실제 차량에도 있는 테일 램프 (후미등) 옆의 F1 로고가 있습니다. 사실 전 이거 보고 잘못 도색된 건줄 알고 긁어봤어요..😅 핫휠이 이 정도로 작은 디테일까지 구현하는 걸 보면 놀랍다 못해 무섭기도 합니다.
차체의 뒷쪽에는 엔진도 구현되어 있습니다. 디테일한 엔진 표현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엔진이 덮개 때문에 가려서 잘 안보이는 건 아쉽네요.
고든은 완벽한 차에 완벽한 엔진을 넣길 원했습니다. 고든은 F1 차량에 들어가는 엔진과 같이 12기통짜리 자연흡기 엔진을 원했고, 이를 제작할 수 있었던 BMW M으로 부터 엔진을 받아 맥라렌 F1에 사용했습니다. 엔진은 618마력을 내는 괴물이었고, 이 엔진이 내는 엄청난 열이 탄소 섬유로 만든 차체에 전달되는 걸 막기 위해 무려 금을 방열재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강력한 엔진과 가벼운 차체 덕분에 맥라렌 F1은 355km/h의 최고 속력을 내어 출시와 동시에 가장 빠른 양산차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이 기록은 12년 뒤인 2005년에 코닉세그 CCR과 부가티 베이론이 나오기 전까지 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맥라렌 F1은 오늘날까지도 가장 빠른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한 양산차 기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F1의 어마어마한 성능을 본 레이싱 팀들은 레이스에 사용하기 위한 F1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합니다. 고든 머레이는 자신이 완벽히 도로 주행용으로 만든 자동차가 레이스에 사용되는 것을 거부했지만, 레이싱 팀들의 계속되는 요구에 경주용으로 개조된 F1 GTR을 소량 생산합니다.
1995년 F1 GTR은 르망 24시에 참여합니다. 경쟁자들은 레이스를 위해 설계된 레이스카인 반면, F1 GTR은 양산차인 F1에서 레이스에 필요 없는 인테리어를 제거하고, 리어 윙과 냉각용 흡기구를 추가하고, 브레이크를 바꾼 것이 끝이었습니다.
레이스카들을 상대로 경쟁이 되지 않을거란 예상과는 달리 F1 GTR은 르망에서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1995년 르망 24시에 총 7대의 F1 GTR이 출전하여 1등, 3등, 4등, 5등, 13등을 차지하는데 성공합니다.
파랑색과 주황색의 색조합이 매우 만족스러웠던 제품입니다. 역시 걸프 리버리가 제일 예쁜 것 같아요!
GTR 버전은 프리미엄 버전으로 2번 만나봤으니 일반 버전의 F1도 프리미엄으로 출시되었으면 합니다. 나온다면 아마 모던 클래식 라인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사용된 사진 자료들
"McLaren in the 1969 German Grand Prix" by Lothar Spurzem
"Gulf McLaren F1 GTR" by PSParrot
"Built 1995. 6.1 litre V12" by Brian Snelson
"McLaren F1 - Engine" by jburns00
"The 1995 24 Hours of LeMans winning McLaren F1 GTR (chassis #01R) raced by Lanzante Motorsport (Kokusai Kaihatsu Racing)" by youke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