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있었던 포르자 월간 개발자 라이브에서 포르자 모터스포츠 신작과 관련된 정보가 더 공개되었습니다. 이번에는 AI, 타이어 물리 모델, 그리고 레이싱 휠 지원에 관한 내용들이 소개되었는데요.
셋 모두 레이싱 게임에 핵심적인 요소죠. 개발자 방송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 내용, 개발자 QnA 세션에서 공개된 내용을 종합적으로 이번 포스트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서킷 레이싱에 집중
포르자 모터스포츠는 출시 버전에서는 서킷 레이싱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게임에 수록되는 자동차도, 서킷도 모두 서킷 레이싱에 알맞은 컨텐츠들로 구성될 것이구요. 드리프트 모드와 드래그 모드도 출시 버전에서는 빠진다고 합니다.
물론, 드리프트나 드래그를 아예 못한다는 건 아니구요. 드리프트 타이어, 서스펜션, 드래그 타이어는 모두 인게임에 있습니다. 다만 드리프트 점수 집계 시스템이나 드리프트 전용 로비, 드래그 전용 로비가 없으니, 온라인에서 드리프트나 드래그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네요.
개발자들이 드리프트나 드래그 모드가 추후에 추가될 거라는 말은 했는데요. 서킷 레이싱에 중점을 둔 게임인 만큼, 출시까지 서킷 레이싱에 개발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6년이나 개발 기간을 거쳤는데 전작에 있던 컨텐츠가 빠진다는 건 좋게 보기 힘드네요.
새로운 AI
AI가 머신 러닝을 통해 크게 개선됩니다. 개발자들은 AI가 더 이상 출력 부스트나 그립 부스트, 러버밴딩과 같은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 공평하게 플레이어와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레이싱 게임에서 AI가 편법을 사용해 플레이어와 경쟁하는 일은 흔합니다. 보통 AI가 실제 플레이어보다 느리기 때문에, AI 자동차에 몰래 버프를 준다던가, 플레이어와 너무 멀어지면 AI의 속력을 늘려서 가깝게 붙여주는 식으로 플레이어와 비슷한 페이스로 달리게 하는데요.
문제는 AI가 부스트를 너무 많이 받아서 플레이어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AI를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내가 훨씬 운전을 잘했고, 라인을 잘 타서 이기고 있었는데 AI가 갑자기 직선에서 비정상적인 속도로 자길 제끼고 1등을 차지하면 어이없잖아요.
포르자 모터스포츠 신작에서는 이런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 AI가 플레이어와 정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정도로 AI를 개선했다고 합니다. 이제 AI와 플레이어가 똑같은 출력, 똑같은 접지력, 똑같은 공기 저항을 받는 자동차로 경쟁하게 될 것이구요. 가장 높은 난이도의 AI가 가장 잘하는 플레이어와 경쟁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합니다.
개선된 주행 라인
구체적으로 뭐가 개선되었는지 봐볼까요? 개발진들은 전작의 AI와 신작의 AI를 비교해서 설명했는데요. 먼저 AI가 주행할 때 사용하는 주행 라인을 비교했습니다.
모터스포츠 7의 주행 라인은 사실 개발자 한 명이 모두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운전을 잘하는 개발자 한 명이 트랙을 돌면 그 데이터를 취합해 AI가 사용할 수 있는 주행 라인을 그렸다고 하는데요. 아무리 주행 라인을 잘 그리더라도, 언제나 그 주행 라인이 빠른 건 아닙니다. 자동차의 구동 방식, 공기 역학, 노면 온도, 날씨 등 다양한 변수가 있고 그에 맞게 주행 라인은 변하거든요.
신작에서는 AI가 주행 라인을 대신 그립니다. 컴퓨터가 각 트랙을 26000회 이상 돌면서 머신 러닝을 통해 트랙마다 19개의 주행 라인을 그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제 AI가 전륜 구동, 후륜 구동에 따라 다르게 주행하고, 비가 올 때와 오지 않을 때 다르게 주행한다는 뜻이에요.
AI조작 개선
또, AI의 컨트롤 인풋도 개선되었습니다. 전작의 AI는 전통적으로 페달 컨트롤을 할 때, 100%나 0%으로만, 그러니까 페달을 완전히 밟거나 떼는 방식으로만 조작할 수 있었습니다.
만일 AI가 액셀이나 브레이크를 50%만 밟아야 된다고 판단하면, 페달을 아주 빠르게 밟았다가 떼는 걸 반복하는 방식으로 조작했어요. 그래서 포르자에서 AI들과 레이스를 하다 보면, AI들이 코너에서 브레이크등이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신작에서 개선돼, AI들도 사람처럼 페달을 점진적으로 밟는 조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더 사람에 가까운, 현실적인 주행을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거죠.
AI 개선의 영향력
AI 개선은 게임의 싱글 플레이어만 개선하는 게 아닙니다. 포르자는 이 AI 시스템을 게임 전반적으로 활용하고 있거든요. 먼저 주행 보조 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행 라인이 훨씬 정확해지겠죠.
또, PI 시스템도 더 정확해질 겁니다. PI 점수를 계산하는 방법이 AI에게 테스트 트랙을 돌게 한 후, 랩타임으로 PI 점수를 매기거든요. 문제는 AI가 잘 다루지 못하는, 제대로 성능을 내지 못하는 업그레이드들의 PI 비용을 과도하게 낮게 측정하면서, 이런 'PI 효율적인' 업그레이드들로 만든 빌드가 메타를 지배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AI는 접지력이 낮아 슬라이드가 자주 발생하는 자동차를 잘 다루지 못합니다. (AI는 드리프트를 못하거든요) 이걸 남용해서 타이어 접지력은 버리고 엔진 출력에 몰빵해 업그레이드하면, AI는 이 자동차가 느리다고 판단해 PI 점수를 낮게 측정합니다. 하지만 인간 유저들은 슬라이드가 발생해도 자동차의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으니 AI가 평가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달릴 수 있죠.
하지만 이제는 AI가 사람과 유사하게 운전할 수 있으니, 훨씬 정확하게 PI 점수를 측정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특정 빌드가 메타를 차지하는 일도 줄어들 거예요.
뭐가 얼마나 빨라졌다, 뭐가 더 좋아졌다 백 마디 말보다는, 한 번의 증명이 더 확실하죠? 개발자 라이브에서 모터스포츠 7과 신작의 AI를 똑같은 차량, 똑같은 서킷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AI로 비교해서 보여주었는데요.
영상을 보면 무려 랩타임이 13초나 차이가 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후에 설명할 타이어 물리 모델과 같은 부차적인 요소도 작용을 했겠지만, 한 랩에 13초 차이는 아주 크죠. 주행하는 모습도 보면, 신작의 AI가 훨씬 트랙을 넓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연석을 밟는 모습도 여럿 보여주고요. 또 코너를 돌 때도 훨씬 자연스럽게 돌죠.
개발진은 AI가 머신 러닝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출시 이후 플레이어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AI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AI를 전작보다 훨씬 유연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AI의 공격성과 같은 세부적인 행동 사항을 플레이어의 여론을 보고 조정할 수 있다고 하네요.
타이어 물리 효과 개선
타이어 물리효과가 개선됩니다. 전작과 대비하여 48배 더 정밀해졌다고 하는데, 정확하게는 1 포인트 60 헤르츠 모델이었던 전작에 비해 8 포인트 360 헤르츠 모델로 업그레이드됐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란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접촉을 감지하는 접점이고, 헤르츠는 초당 몇 번 접촉을 감지하는지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모터스포츠 7에서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접촉을 1개의 포인트로 초당 60회 계산했다면, 신작에서는 8개의 포인트로 360회 계산한다는 뜻인데요.
이렇게 타이어와 노면의 접촉을 계산을 더 정확하게 하면, 연석을 밟거나 서킷 바깥을 밟을 때 더 정확하고 일관된 반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이어의 접점을 한 개로만 감지하면, 타이어가 아스팔트와 오프로드 사이에 걸쳐 있는 상황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접점이 하나이기 때문에 타이어가 완전히 아스팔트를 밟고 있거나, 완전히 오프로드를 밟고 있다고만 인식할 수 있어요.
반대로, 감지를 할 수 있는 접점이 많으면 타이어의 반쪽이 온로드, 반쪽은 오프로드를 밟고 있다는 걸 인식할 수 있겠죠.
개발자 라이브에서 이 접점의 효과를 라구나 세카의 서킷에서 연석을 밟는 걸 예시로 보여줬습니다. 모터스포츠 7에서는 접점이 하나이기 때문에 물리 엔진에서는 타이어를 하나의 딱딱한 물체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연석을 밟는 것과 같은 노면의 변화가 일어나면, 타이어 전체가 과도하게 반응하며 서스펜션이 크게 압축돼요.
반면 신작에서는 접점이 8개가 되니 물리 엔진에서 타이어를 변형되는, 물렁물렁한 물체로 인식합니다. 연석을 밟을 때를 보면, 타이어에 8개의 접점이 따로따로 노면과의 접지 상태를 인식해 타이어가 변형되는 걸 볼 수 있어요. 이렇게 접점을 늘리면 타이어가 노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더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아주 단편적인 비교이지만, 시뮬레이션을 지향하는 아세토 코르사의 경우 하나의 접점, 아세토 코르사 콤페티치오네가 5개의 접점 모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포르자 모터스포츠가 두 게임보다 더 현실적인 시뮬레이터가 될 것이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모터스포츠는 심케이드 성향의 게임으로, 오락의 재미를 위해서 현실성과 어느 정도 타협하니까요.
또 타이어가 열에 반응하는 방식도 변경되었습니다. 전작에서는 타이어가 과열되면 접지력이 과도하게 빠르게 떨어졌는데, 신작에서는 그 감소폭을 완만하게 만들어 자동차가 좀 더 예측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변경점은 레이싱뿐만 아니라, 드리프트를 할 때도 도움이 될 거라고 합니다. 뒷쪽 그립을 유지하는 것과 날리는 것의 애매한 경계선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하네요.
레이싱 휠 지원
레이싱 휠과 관련해서는 짧게 시연이 있었습니다. 포르자 프랜차이즈를 휠로 플레이하는 유저 중 가장 많은 유저가 사용하는 휠이 로지텍 G920이고 이에 따라 로지텍 G920을 베이스로 포스피드백을 튜닝하고 있다고 했구요, 시연도 G920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시연이 워낙 짧기도 하고, 시연을 한 디렉터가 휠로 운전을 못하기도 해서 이 영상만으로는 휠 지원이 어느 정도가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휠을 지원할 건지, 더 추가적인 휠 지원에 관한 정보는 추후 라이브에서 공개한다고 하니 이 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겠네요. 개인적으로 호라이즌 5 정도의 포스 피드백만 나와도 저는 대만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