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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미니 GT

[미니 GT] RUF "옐로우버드" CTR | 포르쉐보다 빠른 포르쉐

1987년, Road & Track 잡지가 개최한 한 이벤트가 전세계 차쟁이들의 관심을 끌어모았습니다. 이벤트의 핵심은 당대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슈퍼카들을 모아 진정한 슈퍼카의 왕을 가려내는 것이었어요.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등 다양한 슈퍼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성능을 뽐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빨랐던 건 포르쉐도, 페라리도, 람보르기니도 아닌 작은 노란새였어요.

 

 

마을의 작은 정비소에서 자동차 제조사까지

알로이스 루프가 1939년 설립한 Auto RUF

RUF는 알로이스 루프 (Alois Ruf)가 운영하는 독일의 작은 자동차 정비소였어요. 알로이스는 직장에서 버스를 고쳐서 번 돈으로 자신이 직접한 튜닝한 포르쉐 356을 타고 다녔습니다.

 

아버지가 356에 사랑에 빠진 것처럼, 아들인 알로이스 루프 주니어는 356의 후속작인 911에 사랑에 빠졌습니다. 가업을 물려받은 아들은 RUF에서 자동차를 정비하는 대신, 아버지가 자신의 356을 튜닝한 것처럼 911을 튜닝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RUF는 포르쉐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1970년대의 석유 파동을 맞고 전세계 자동차 산업이 휘청거리자, 포르쉐도 911의 힘을 많이 죽여서 출시했거든요. RUF의 튜닝 서비스는 포르쉐 애호가들이 가진 예전의 고성능 911에 대한 가려움을 긁어주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RUF의 명성은 포르쉐 본사의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포르쉐는 RUF가 하던 튜닝이 꽤 마음에 들었나봐요. RUF가 911을 더 폭넓게 개조할 수 있도록, 아예 공장에서 바디 인 화이트 (아무것도 조립하지 않은, 가장 초기 단계의 섀시) 를 제공해주었습니다. 

 

 

1984년식 RUF BTR

RUF가 이 섀시를 받아 완성한 첫 작품은 BTR (Group B - Turbo- RUF) 였어요. BTR은 겉에서 보면 911 터보와 비슷해보였지만, 뜯어보면 중량은 200 kg 가량 가볍고 출력은 100마력 더 높은, 완전히 다른 레벨의 슈퍼카였어요.

 

엔진 배기량을 늘리고, 트랜스미션, 브레이크, 서스펜션도 바꾸고, 범퍼도 더 공기역학적으로 재설계하는 등, 섀시를 제외하면 911과 공유하는게 거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자동차였습니다.

 

BTR은 911 터보는 물론이고, 람보르기니 쿤타치나 페라리 테스타로사보다도 빨랐어요. 심지어 최초로 300km/h의 경계를 넘어서며 출시와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에 등극하기도 했죠.

 

 

VIN을 부여 받았다는 건 Ruf의 자동차를 포르쉐의 자동차를 개조한 차량이 아닌 Ruf가 제조한 차량으로 본다는 뜻이었어요

BTR은 RUF에게도 의미 있는 자동차였습니다. RUF가 만든 자동차 최초로 VIN, 자동차 식별 번호를 부여 받은 자동차였어요. 그 뜻은 RUF가 더 이상 자동차 튜너샵이 아닌, 자동차 제조사로 인정 받았다는 뜻이었어요. 

 

노란 새의 탄생

3년 뒤인 1987년, RUF는 BTR의 후속작을 개발합니다. 이번에는 CTR (Group C - Turbo- RUF)으로, BTR을 넘어서는 훨씬 더 높은 성능을 목표로 개발되었어요.

 

 

CTR은 무게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야 했습니다. 도어 패널, 본넷 그리고 엔진 커버는 알루미늄 재질로 바꿔 200kg 이나 깎아내고, 공기역학적으로 재설계한 탄소유리 재질의 앞뒤 범퍼를 새로 만들었어요. 덕분에 CTR의 공차중량은 1150kg 밖에 되지 않습니다.

 

 

타이어는 포르쉐 959와 같은 던롭 사의 덴로크 타이어, 브레이크는 13인치 브렘보 브레이크

RUF의 경량화를 향한 노력은 바디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휠도 최대한 가볍게 만들기 위해 RUF가 직접 설계한 스피드라인 휠을 사용했구요.

 

 

인테리어도 에어컨과 오디오 시스템을 제외한 모든 편의 장비들을 빼버렸습니다. 심지어 카펫까지 얇게 만들어 무게를 줄였어요!

 

 

엔진도 BTR보다 더 과격한 튜닝을 거쳤습니다. 3.2L의 기존 엔진은 3.4L로 사이즈를 키우고, 트윈 터보에 트윈 인터쿨러를 설치했습니다. 심지어 연료 분사 시스템은 포르쉐 962 레이스카에 들어가는 것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어요. 

 

 

이 레이스카에 들어가던 연료 분사 시스템과 동일한 것이 CTR에도 들어갔습니다

CTR은 덕분에 469마력을 낼 수 있었습니다. 469마력도 RUF 측이 주장하는 공식 수치이고, 이후 오너들이 테스트한 결과  500마력에 가까운 수치를 찍었다고 해요.

 

 

후진 기어가 1단 자리에 있는 도그 레그식 5단 기어입니다

엔진 출력을 무지막지하게 늘리고 나니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정도 힘을 받아낼 트랜스미션이 없었어요. 그 당시 포르쉐도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해 911 터보에 구시대적이지만 튼튼한 4단 트랜스미션을 넣었거든요. 하지만 RUF에게는 이런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에 고물 트랜스미션을 넣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RUF가 내놓은 해결책은 5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을 버틸 수 있는 5단 트랜스미션을 직접 개발하는 거였습니다. RUF는 수 많은 911을 튜닝한 경험을 바탕으로 포르쉐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습니다. 

 

 

검증의 자리

'959와 F40, 누가 더 나은 슈퍼카인가' 1980년대 자동차 애호가들의 가장 큰 논쟁거리였어요

CTR이 출시된 같은 해, 전설적인 두 슈퍼카가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하나는 포르쉐의 첫 슈퍼카, 959였구요. 또 하나는 엔초 페라리의 마지막 작품, F40 이었습니다.

 

둘 모두 터보 엔진을 사용했고, 200mph (320km/h) 을 목표로 한, 포르쉐와 페라리 각각의 기술력의 총집약체였어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은 둘 중 누가 더 뛰어난 슈퍼카인지에 몰렸구요.

 

 

쾨니히 포르쉐, 아우디 콰트로, RUF CTR, 이스데라 임퍼레이터, AMG 해머, 페라리 GTO, 람보륵니 쿤타치, 페라리 테스타로사

그 해 7월, 차쟁이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Road & Track이 개최한 이벤트에 여러 슈퍼카 튜너, 제조사, 그리고 오너들의 도움을 받아 당대를 대표하는 고성능 자동차들이 Ehra-Lessien 테스트 트랙에 모였어요. 

 

 

RUF도 초대를 받아, 당시 개발을 막 마친 CTR의 프로토타입을 보냈습니다. 차가 이제 막 완성되어 이벤트가 열리기 전까지 빨리 도색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요.

 

원래는 빨간색으로 도색을 했는데, 그 때 RUF쪽의 테스트 드라이버가 람보르기니와 페라리가 빨간색일거니, 우리는 눈에 띄도록 다른 색으로 도색하자고 의견을 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RUF는 빨간색이 아닌 페인트 중 제일 괜찮아 보이는 색을 골랐고, 그렇게 샛노란 CTR이 탄생했어요.

 

 

Ehra-Lessien 트랙은 커다란 뱅킹각 이후에 이어지는 엄청나게 긴 직선 도로로 유명합니다. 부가티 시론 슈퍼스포츠 300+이 시속 300마일에 도전했을 때도 이 트랙을 사용했어요

테스트는 시작되었고, 테스트 드라이버가 자동차를 한대씩 몰아 최대 속력을 측정했습니다. 페라리 GTO 288km/h, 포르쉐 959 318km/h, 람보르기니 쿤타치 288km/h 등등... 테스트는 하루를 걸쳐 진행되었어요.

 

 

하지만 그 중 압도적인 1등은 340km/h을 낸 RUF CTR이 차지했습니다. 페라리와 포르쉐 중 승자를 기대하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결과였죠. 이벤트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샛노란 색을 보고 '옐로우버드'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구요, 이 노란새를 통해 RUF는 전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게 됩니다.

 

 

RUF가 공식 유튜브 채널에 풀버전을 업로드해뒀어요

RUF는 CTR이 단순히 직선에서만 빠른게 아닌, 트랙을 공략할 수 있는 정교한 트랙 머신임을 증명했습니다. 1989년, RUF는 "Faszination am Nürburgring", '뉘르부르크링 위의 매혹'이라는 비디오를 공개했습니다. 비디오에는 테스트 드라이버 스테판 로저가 CTR을 타고 뉘르부르크링의 수많은 코너들을 미끄러지며 돌파하는 모습을 담았는데요.

 

이 영상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이 샛노란 911을 전세계적으로 다시 한번 알리게 됩니다. 인터넷이 생기고 최초로 '바이럴'을 탄 자동차 비디오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어요.

 

 

CTR은 여러모로 RUF에게 기념비적인 모델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전, RUF는 오리지널 CTR을 오마주한 CTR Anniversary 를 공개했어요. 마치 1987년의 옐로우버드를 현대적으로 복원한 것 같은 외관을 가졌지만, 제일 재미있는 점은 RUF Anniversary는 RUF 최초로 포르쉐에게서 섀시를 받지 않고, 완전히 RUF 스스로 만든 자동차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생긴 건 911처럼 생겼지만, 911이 전혀 아닌 자동차가 된 거죠. 오리지널 CTR이 RUF에게 의미 깊은 모델이었던 것처럼, Anniverary 모델 역시 RUF의 역사에 중요한 모델이 될 것입니다.

 

 


 

 

제품은 미니 GT의 노멀한 종이갑 케이스에 담겨져 왔습니다.

 

 

CTR을 1:64 스케일로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CTR의 상징인 블로썸 옐로우 컬러도 제대로 묘사했는데요.

 

 

예전에 미니 GT의 설립자가 라이브 방송에서 이 모델의 개발 비하인드를 들려줬는데, 블로썸 옐로우 컬러를 정확하게 재현하기 위해 RUF 본사에 옐로우 블로썸 컬러칩을 주문해 받았다고 했습니다. 컬러칩을 배송받기까지 2달이 걸렸지만 정확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이야기였는데, 미니 GT가 정확한 재현에 얼마나 진심인지 보이는 일화이네요.

 

 

정면에는 RUF 로고가 프린팅되어 있구요.

 

동그란 헤드램프는 클리어 플라스틱으로 처리했습니다.

 

 

후면에는 CTR 배지와 RUF 번호판이 프린팅되어 있구요.

 

RUF가 재설계한 '고래 꼬리' 스포일러와 엔진 덕트 커버는 플라스틱으로 재질의 파츠로 만들었네요.

 

 

뒷쪽 범퍼의 수많은 벤트들도 프린팅으로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구멍을 뚫어놓은게 아니라 완성도 면에서는 아쉽지만, 1:64라는 작은 스케일에서 작은 구멍을 많이 뚫으면 내구도의 문제가 생기니 현실적으로 타협한 결과라고 봐요.

 

 

RUF가 개발한 스피드라인 휠도 재현도가 매우 높습니다. 중앙에 RUF 로고도 잊지 않았네요.

 

 

뒷바퀴가 앞바퀴보다 깊게 들어간 디테일도 표현되었구요.

 

 

인테리어 디테일도 뛰어납니다. 운전석에는 스티어링 휠과 쉬프터가 보이구요. 

 

 

아주 작은 디테일이지만 백미러도 붙여놨습니다.

 

Road&Track 잡지의 사진 구도를 따라해봤어요

실차에 근접한 금형, 정확한 도색 표현, 세밀한 디테일에 뛰어난 마감 품질까지 모두 마음에 든 모델입니다. 1:64 스케일에서 가장 완벽하게 RUF CTR을 표현한 것 같아요. 

 

 

 

사용된 사진 자료

AUTO RUF by the APEX

1987 RUF BTR by RMCMiami

Porsche 962 by Sports Car Digest

1987 RUF CTR by CarandDriver

1995 RUF BTR2 VIN plate by The Car S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