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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타막웍스

아메리칸 슈퍼카가 죽은 이유 | 닷지 바이퍼 GTS-R ACR 1:64 by 타막웍스

"아메리칸 슈퍼카" 라고 하면 어떤 자동차가 떠오르나요?

근본 중의 근본, 포드 GT?

 

 

가장 기술적으로 진보했으면서, 오늘날까지 단종되지 않은 콜벳?

 

 

둘 다 멋진 자동차고 깊은 역사가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닷지 바이퍼만큼 미국스러운 성격을 가진 슈퍼카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끄럽고, 거칠고, 자유롭고, 위험하기까지. 딱 미국 그 자체죠.
 
하지만 바이퍼는 2017년 죽었습니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판매량이 워낙 적어서요. 왜 미국인들은 가장 미국스러운 자동차를 외면했을까요? 왜 사람들은 죽은 바이퍼를 그리워할까요? 그리고 바이퍼는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최후의 바이퍼 중 가장 강력하고, 가장 의미 있는 바이퍼, 바이퍼 ACR 익스트림 Commemorative 에디션과 함께 바이퍼의 등장과 몰락까지, 짧고 간단하게 알아봅니다.
 
 


미국 자동차의 암흑기

1980년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암흑기입니다. 1973년, 석유 파동은 기름을 퍼먹던 미국 자동차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고,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강제로 엔진의 크기를 줄여야 했습니다.

 

 

80년대의 미국 자동차는 고성능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 시기의 닷지 챌린저가 겨우 105마력을 냈어요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재미없고, 지루하고, 느려터진 자동차들을 찍어냈습니다. 미국인들은 자국의 자동차가 강력하고, 멋지고, 빨랐던 시절을 잊었고, 일본과 유럽 자동차들에게 열광했어요.

 

80년대 말, 닷지는 이런 지루한 미국 자동차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 하나의 슈퍼카를 개발하기로 합니다. 미국 자동차의 전성기였던 60년대의 전설, 쉘비 코브라를 오마주하고자 했는데요. 이 자동차가 바로 닷지 바이퍼입니다.

 

 

가성비 슈퍼카?

문제는 그 당시 닷지의 모기업 크라이슬러는 돈이 없었습니다. 바이퍼를 만들기 몇 년전만 해도 파산 직전까지 갔거든요. 또 파산하지 않으려면, 닷지는 바이퍼를 최대한 싸게 개발해야했습니다.

 

이 닷지 램 픽업 트럭에 들어갈 엔진이 바이퍼의 엔진의 원형이 됩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바이퍼의 엔지니어들은 대신 '창의적으로' 다른 엔진을 재활용할 방법을 찾았는데요. 엔지니어들의 눈에 들어온 건 닷지의 트럭 부서에서 만든 새로운 V10 엔진이었습니다.

 

네, 그러니까 닷지 바이퍼의 V10 엔진의 원형은 사실 트럭 엔진입니다. 크고, 높은 토크와 마력을 낼 수 있으면서, 무엇보다 트럭 부서가 개발을 끝내 놓아서 더 돈을 쓸 필요가 없었거든요.

 

 

람보르기니도 경영난으로 한 때 크라이슬러 산하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물론, 트럭 엔진을 냅다 슈퍼카의 본넷 아래에 쑤셔 넣고 양산을 할 순 없으니, 닷지는 당시 크라이슬러 산하에 있던 람보르기니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람보르기니는 이 거대하고 무거운 엔진을 풀 알루미늄으로 다시 만들어 '나름대로' 무게를 줄이고 튜닝을 거쳐 닷지에게 다시 보내주었어요.

 

닷지의 주머니 사정과 람보르기니의 도움이 합쳐져, 바이퍼에는 무려 8L짜리 V10 엔진이 들어가게 됩니다. 비교해보면, 오늘날 포르쉐 911의 가장 큰 엔진의 배기량이 4L입니다. 람보르기니가 사용한 V12 엔진 중 가장 큰 배기량을 가진게 6.5L이구요.

 

바이퍼의 안전 벨트는 운전자가 사고가 났을 때 의지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생명 벨트' 였어요

여기에 개발비를 더 아끼기 위해 바이퍼는 뺄셈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비싸고 복잡한 트랙션 컨트롤? 없습니다. ABS? 없습니다. 심지어 에어백도 없구요. 1세대 바이퍼에 달린 안전 장치는 안전 벨트가 전부였습니다.

 

 

미국을 구한 영웅

92년 완성된 바이퍼는 이상한 슈퍼카였습니다. 엔진 베이에는 8리터짜리 V10 트럭 엔진이 들어가고, 조잡한 플라스틱 인테리어에, 지붕도 없고, 옆 유리창도 없고, 심지어 도어 핸들도 없었어요.

 

거기에 안전 문제도 일반적인 슈퍼카를 아득히 뛰어넘었습니다. 막강한 출력, 가벼운 차체, 그리고 안전 장치의 부재가 합쳐지면 결말은 뻔하죠?

 

 

실제로 1세대 닷지 바이퍼 중 30%는 출고되고 24시간 안에 사고로 부숴졌다는 말도 안되는 통계도 있습니다. 당시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은 바이퍼를 구매하지 말라고 주장할 정도로 자동차는 위험했어요.

 

 

하지만 그런건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바이퍼는 멋지고, 시끄러운 소리를 냈어요.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빨랐죠.

 

1세대 바이퍼는 400마력의 출력으로 제로백에 단 4.2초가 걸렸습니다. 지금이야 느려 보이겠지만, 90년대에 미국에서 만드는 자동차 중, 바이퍼보다 빠른 자동차는 없었습니다.

 

 

바이퍼는 미국 자동차의 영웅 같은 존재였습니다. 전세계에 미국 자동차의 부활을 알렸고, 미국에서도 다시 멋진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죠.

 

 

바이퍼스러운 바이퍼

왼쪽부터 5세대, 4세대, 1세대

바이퍼가 크게 성공하자, 닷지는 바이퍼의 생산을 이어나갔습니다.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바이퍼는 5세대까지 진화를 거쳤고, 세대가 변경될 때마다 바이퍼의 개발 자금을 늘어났고, 최신 기술이 도입되었으며, 더 세련되게 다듬어졌습니다.

 

 

5세대, 그러니까 2013년이 되어서야 바이퍼에 최초로 트랙션 컨트롤이 도입되었습니다. 바이퍼답죠?

하지만 1세대부터 5세대까지 바이퍼는 본질을 잃지 않았습니다. 바이퍼는 언제나 V10 트럭 엔진이 들어간 슈퍼카였고, '불필요한 것들'은 싹 빠져 있었으며, 미국의 자부심이라 불릴 수 있을만큼 빠른 성능을 선보였습니다.

 

 

매 세대마다 새로 출고된 바이퍼를 끌고 가다가 사고를 내는 운전자는 흔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문제였습니다. 바이퍼는 늘 '위험하지만 빠른 스포츠카' 였는데, 이 정도 돈을 주고 스포츠카를 살 수 있는 소비자들은 바이퍼의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았어요.

 

위험한 바이퍼를 사느니, 같은 가격대의 더 검증되고, 더 안전하고, 더 다루기 쉬운 경쟁 차종을 산 거죠.

 

 

2009년 크라이슬러는 다시 한 번 파산 위기에 처합니다

거기에다가 크라이슬러는 꾸준히 경영난에 시달렸습니다. 2009년 크라이슬러는 금융 위기로 다시 한 번 파산 위기에 처했구요. 

 

회사에 돈이 없다면 돈을 벌 수 없는 사업은 접어야겠죠. 크라이슬러 내부에서 바이퍼를 단종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나왔고, 바이퍼가 단종될 것이라는 소식은 꾸준히 들려왔습니다.

 

 

결국 바이퍼는 2017년, 5세대를 마지막으로 단종되었습니다. 한 때는 어두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앞날을 밝혀준 희망의 횃불이었지만, 횃불은 영원히 타오를 수 없었나봅니다.

 

횃불이 꺼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횃불을 그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안 팔려서 할인을 하던 바이퍼가 오늘날에는 2배가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바이퍼의 귀환을 원하고 있지만, 전기차의 시대에 바이퍼가 돌아올 확률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바이퍼가 돌아오더라도, 그건 진짜 바이퍼가 아니겠죠. 독사의 송곳니는 V10 엔진인데, 그걸 전기 모터로 대체하면 송곳니가 없는 독사가 될테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좋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사라졌음에 슬퍼하지 말고, 한 때 있었음에 기뻐하라."

 

바이퍼는 우리의 현실에 끼워넣기에 너무 비현실적인 자동차였습니다. 어쩌면 이런 비현실적인 자동차가 탄생했던 것 자체가 기적이었고, 이런 자동차가 존재했고 하나의 역사로 남았음에 기뻐해야하지 않을까요.

 

 

바이퍼의 25년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닷지는 바이퍼 '기념 에디션' GTS-R ACR 을 출시했습니다. 바이퍼의 상징적인 흰 바탕에 파란 스트라이프 도색을 했고, 익스트림 에어로 패키지와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장착되어 있으며, GTS-R 데칼과 성조기 데칼이 도색되었습니다. 

 

 

제품은 올해 타막웍스에서 출시한 '바이퍼 ACR 익스트림 기념 에디션' 1:64입니다. 글로벌 64 라인으로 출시된 제품으로, 저는 처음으로 구매하는 글로벌 64 제품이네요. 

 

패키징 구성은 간단하게 종이 박스에 보호용 플라스틱 쉘, 그리고 자동차가 끝입니다. 패키징에 공을 많이 들이는 타막웍스이지만, 가성비가 중요한 글로벌 64라 그런지 굉장히 기본적인 구성이네요.

 

 

전반적으로 바이퍼의 길쭉한 외형에 ACR의 공격적인 에어로 파츠의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도색은 흰색에 파란색 스트라이프로 되어 있구요.

 

이 흰색에 파란 스트라이프 도색은 98년식 바이퍼 GTS-R의 오마주입니다. 2세대 바이퍼는 160승 이상을 거둘만큼 모터스포츠에서 크게 성공했어요. 이걸 기념해서 닷지에서 레이스카의 공도주행용 버전인 GTS-R을 100대만 한정 생산했는데, 그 때 만든 공도주행용 차량은 모두 흰색에 파란 스트라이프로 도색되어 나왔습니다.

 

 

휠은 검은색 메쉬 휠이 장착되어 있구요. 

 

본넷 위에 바이퍼 로고가 도색되어 있습니다.

 

 

전면부의 에어로 파츠가 표현되어 있는데 카나드 윙은 도색 디테일이 아쉽습니다. 헤드라이트는 클리어 플라스틱으로 표현했구요.

 

 

후면부의 탄소 섬유 재질 패널도 과장되긴 했지만 눈에 띄게 도색했구요. 후미등도 클리어 플라스틱으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기념 에디션의 특징 중 하나인 B 필러에 성조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미국이 만든 슈퍼카다운 디테일이죠.

 

 

앞바퀴 뒤에 GTS-R 로고도 프린팅되어 있습니다.

 

 

바이퍼의 상징인 사이드 배기구도 보입니다. 딱 2세대를 제외하고 바이퍼의 모든 모델들은 배기구가 양 옆으로 나있어요.

 

배기구와 관련된 바이퍼스러운 일화가 하나 있는데, 1세대 바이퍼를 타거나 내릴 땐 배기구를 조심하지 않으면 바지를 태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배기구가 주행으로 너무 뜨거워진 상태라, 잘못하면 차에서 내리다가 바지에 불이 붙었다네요.

 

 

후드의 흡기구 6개도 보이구요

완벽하진 않지만, 완벽하지 않아서 만족스러운 제품입니다. 지금까지 수집해온 타막웍스의 호비64 제품들은 1:64 스케일에서 변태 같은 디테일을 구현하는데, 워낙 하자가 많아서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엔진 커버가 제대로 안붙어서 떨어진다던가, 헤드라이트가 짝짝이로 붙었다던가 등등 불량이 있는 제품이 많아서 실망하는 일이 많았어요.

 

그에 비해 글로벌 64 제품은 호비64급의 디테일 구현을 목표로 하는게 아니다 보니, 불량도 적은 것 같습니다. 요 제품도 도색 불량이라던가, 짝짝이로 장착된 파츠가 있다던가 하는 불량은 못 봤어요.

 

어쩌면 타막웍스의 QC 역량에 맞는 건 주력으로 미는 호비64보다 글로벌64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 글로벌 64에서 예쁜 제품이 나오면 질러도 실망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사용된 사진 자료

Dodge Viper gen 5 by Carbuzz

Corvette C8 Z06 by Motor1

Ford GT 2017 by Car and Driver

Oil Crisis by NPR

2nd gen Dodge challenger by Macsmotorcitygarage

1994 Dodge Ram pickup by Consumerguide

First gen Viper engine by Dana60Cummins

1992 Dodge Viper by Barret Jackson

1992 Dodge Viper by Petrolicious

Dodge Viper by quatro

2nd gen Viper by Moparinsiders

5th gen Viper by CarBuzz

2nd Gen Viper Interior by CarandDriver

1998 Viper GTS-R by Ultimatecar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