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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야기

W1의 스포일러가 뒤로 움직이는 이유 | 맥라렌 W1 공개

헤일로 카라는 말 아시나요?

헤일로? 그 헤일로 말구요.

 

헤일로 카는 브랜드 이미지에 후광 효과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자동차들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회사는 이런 것도 만들 수 있어' 아니면 '우리 회사는 이런 자동차를 만드는 걸 추구해'를 소비자들과 경쟁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지는 자동차죠.

 

제발 양산해주세요

포드 GT가 단종되기 전까진 포드의 헤일로 카였고, 양산 계획이 이루어진다면 현대 N 비전 74가 현대의 헤일로 카가 되겠네요.

 

 

슈퍼카 삼위일체

자동차의 역사 속에서 3개의 유명한 제조사가 비슷한 시기에 헤일로 카를 출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세 제조사 모두 고성능 양산차를 생산하는 것과 모터스포츠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유명했구요. 또 각 제조사마다 하나의 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영국의 맥라렌, 독일의 포르쉐, 그리고 이탈리아의 페라리인데요.

 

source: jbrcapital

2010년 초반, 페라리의 라 페라리, 포르쉐의 918 스파이더, 맥라렌의 P1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었습니다. 어느 회사의 헤일로 카가 가장 성능이 뛰어난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느 회사가 가장 뛰어난 기술력의 이미지를 가져가게 될지가 논쟁거리였는데요. 차쟁이들은 세 회사의 헤일로 카의 라이벌 관계를 홀리 트리니티, 그러니까 삼위일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삼위일체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바로 얼마 전, 맥라렌이 P1의 후속 모델을 세상에 공개한 것인데요. 과연 맥라렌의 새로운 헤일로 카는 P1보다 얼마나 높은 성능을 보일지, 새로운 세대의 삼위일체는 삼위일체라는 이름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을지, 간단하고 짧게 알아보겠습니다.

 

 

W1

F1 - P1 - W1

맥라렌의 새로운 헤일로 카의 이름은 알파벳과 숫자 1을 붙이는 작명 전통을 따라 W1으로 정해졌습니다. W1은 맥라렌 F1팀의 첫 F1 월드 챔피언십 우승 50주년을 기념하여 공개되었으며, W1의 W은 월드 챔피언십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디자인

디자인부터 살펴볼까요? 전작인 P1과 비교해보면, 유려한 곡선이 바디 전체를 뒤덮었던 P1과 비교하면 W1은 조금 더 각진 모습을 보입니다. 맥라렌에서 비슷한 디자인을 찾자면 맥라렌 세나와 세이버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구요. 

 

유튜브 댓글에서는 리막 네베라와 W 모터스의 페니어 슈퍼스포트를 뒤섞은 것 같다는 의견도 있더라구요. 페니어 슈퍼스포트의 전면부와 비교하면 확실히 비슷한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디자인은 언제나 주관적인 영역이라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겠지만, 저에겐 예쁜 디자인으로 보입니다. 맥라렌스러우면서도 맥라렌의 다른 모델들과 차별화되는 디자인이라 헤일로 카만의 유니크함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해요.

 

미디어에서는 맥라렌의 상징인 오렌지 색이 많이 노출되었지만, 개인적으로 검은 색상에 오렌지로 악센트를 준 이 도색이 훨씬 예쁜 것 같아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제일 중요한 부분, W1의 심장을 살펴봅시다. W1은 이전 맥라렌의 슈퍼카들과 똑같은 4리터 트윈터보 V8 구성의 엔진을 사용하는데요. 다만 이번에는 기존 엔진의 개량형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엔진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엔진은 최대 928마력을 낼 수 있으며 무려 9200rpm까지 회전할 수 있습니다. 터보를 사용하는 엔진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회전 수이네요.

 

거기에 전기 모터를 맞물려 추가적으로 347마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W1의 최대 출력은 1275마력에 달하는데요. 여기에 맥라렌의 광기를 한 스푼 더해 이 모든 출력을 뒷바퀴로만 보내는 후륜 구동 방식을 사용합니다.

 

 

작고 소중한 1.3kWh 배터리

다만 한 가지 주의해야할 점이 있는데, 전기 모터를 가동시키는 배터리의 용량이 고작 1.3kWh 밖에 안됩니다. 전기 모터로만 주행하면 항속 거리가 2km에 불과하구요, 1275마력을 내기 위해서 전기 모터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하면 20초만에 방전돼요.

 

그러니까 W1은 평상 시에는 928마력으로 달리다가, 특별한 상황에서 347마력을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1275마력과 928마력의 차이를 보면 뻥스펙 아닌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맥라렌의 이런 결정은 이해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륜 구동에 928마력은 이미 차고 넘치는 출력이고,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전기 모터와 배터리에 비중을 높이면 자동차가 무거워지는 건 불가피하니까요. 맥라렌은 W1을 최대한 경량화하기 위해 전기 모터를 내연 기관 엔진의 보조하는 도구의 역할로 남겨놓은 것 같습니다. 또, 1275마력이 모두 필요한 특수한 상황 (드래그 레이스라던지 서킷의 직선 주로라던지) 은 20초 안에 끝나거든요.

 

 

초경량화 차체

슈퍼카에게 출력만 높고 무게가 무겁다면 출력은 아무 쓸모가 없겠죠. W1도 맥라렌의 경량화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엿보입니다. 맥라렌은 자사의 슈퍼카에 카본 모노코크 섀시를 사용했는데요, 이번에는 새로운 버전의 모노코크 섀시인 '에어로 셀'을 개발했습니다.

 

에어로 셀에는 프리프레그 탄소섬유가 사용됩니다. 프리프레그 탄소섬유는 탄소섬유에 레진을 함침시켜 기존의 탄소섬유보다 높은 강성을 지닙니다. 덕분에 에어로 셀은 맥라렌이 개발한 모노코크 섀시 중 가장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고 하네요.

 

 

W1에서는 핸들과 페달이 당신을 찾아갑니다!

경량화를 위한 독특한 특징도 있습니다. W1은 시트를 에어로 셀에 고정되어 있어서 시트의 위치를 조정할 수 없어요. 대신 핸들과 페달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시트의 위치를 최대한 낮게 만들 수 있어 무게 중심을 최대한 지면에 가깝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트 조정 기능이 필요 없어 섀시를 짧게 만들 수 있고 무게도 줄일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W1은 얼마나 무겁냐구요? 맥라렌에서 밝힌 W1의 건조 중량은 1399kg에 불과합니다. P1과 비교하면, 건조 중량은 고작 4kg 증가했는데 출력은 360마력 증가한건데요.

 

중량 대비 출력비를 계산하면 무려 1000kg 당 911마력을 내는 미친 스펙을 보여줍니다. 이것보다 더 높은 중량 대비 출력비를 보여주는 양산차들은 대부분 생산 대수가 100대도 넘기지 않는 극소량 생산 하이퍼카라는걸 고려하면, 더더욱 미친 성능이네요.

 

 

영리한 공기 역학

새로운 삼위일체가 되기 위해선 공기 역학에서도 혁신적인 디자인을 보여주어야겠죠. W1에는 맥라렌 F1 카를 개발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고 합니다. 수 많은 에어로 장치 중 가장 눈에 띈 건 '액티브 롱테일 리어 윙'인데요.

 

맥라렌과 롱테일이라는 단어는 역사가 깊습니다. 맥라렌이 롱테일을 처음으로 쓴 F1 시절까지 올라가야 하는데요. 맥라렌 F1은 전설적인 슈퍼카였지만, 동시에 모터스포츠 무대에서도 성공적인 레이스카였습니다. 그 당시 레이싱을 위해 태어난 레이스카들을 양산 버전에서 튜닝 조금한 F1이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시간이 지나 F1의 경쟁자들도 수준이 높아졌고, 이에 대응해 맥라렌은 업그레이드된 F1 레이스카를 선보였습니다. 업그레이드된 F1 GTR '롱테일' 의 가장 큰 변경점은 앞과 뒤로 길어진 바디워크였습니다.

 

이름처럼 꼬리를 길게 빼면 리어 윙의 위치를 더욱 뒤로 옮길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되면 다운포스가 발생되는 리어 윙을 받침점이 되는 차축에서 더 먼 곳에 위치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지렛대 원리에 따라 더 많은 다운포스를 뒷차축에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720S의 고성능 모델로 765LT가 나왔죠

이후 롱테일이라는 단어는 LT라는 약칭으로 맥라렌의 양산차에 간간히 등장했는데요. 기본 모델보다 차체가 길어진 원조 롱테일과 달리 LT 버전의 양산차들은 경량화와 출력 개선에 집중한 고성능 버전이었던지라, 맥라렌에서 LT라는 단어는 말만 롱테일인, 고성능을 상징하는 네임 배지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W1에서는 롱테일이라는 단어가 실제로 작동하는 기능을 지칭합니다! W1에도 F1 GTR 롱테일처럼 리어 윙을 뒷쪽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요. 뒷쪽 오버행이 길어지는 대신, 리어 윙만 뒷쪽으로 쏙 빠지는 액티브 에어로 기능으로 구현되었습니다.

 

레이스 모드에서는 전면 37mm, 후면 17mm만큼 지상고도 낮춰 다운포스를 극대화합니다

액티브 롱테일 리어 윙은 평상 시에는 엔진 커버 뒷쪽에 숨겨져 있다가, 다운포스가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뒷쪽으로 300mm 이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필요한 다운포스의 양에 따라 윙의 각도를 조정할 수 있구요, 윙의 각도를 낮춰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DRS 기능도 지원한다고 해요!

 

 

프론트 윙, 언더바디, 리어 윙 등 다양한 에어로 장치들 덕분에, 맥라렌은 W1이 280km/h에서 최대 1000kg의 다운포스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맥라렌에서는 걸윙 도어가 아니라 anhedral... 하반각? 문이라고 명칭을 발표하긴 했습니다

또 W1는 맥라렌 양산차 최초로 걸윙 도어를 채택했는데, 이 역시 공기 역학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이전처럼 버터플라이 도어를 사용하면 문의 경첩이 앞쪽 펜더쪽으로 흐르는 공기 흐름을 방해할 것이라고 판단해 문의 경첩을 아예 지붕 위로 올릴 수 있는 걸윙 도어를 사용했다고 해요.

 

 

그래서 W1의 실제 주행 성능은 어느 정도 될까요? 맥라렌이 발표한 0-100km/h는 2.7초, 0-200km/h는 5.8초가 걸리며, 300km/h까지 가속하는데는 12.7초보다 적은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요. 후륜 구동의 특성 상 초반 가속은 느린 편이지만 뛰어난 중량 대비 출력 비율 덕분에 후반 가속은 굉장히 빠릅니다.

 

비교를 해보자면, 맥라렌이 코너 성능을 포기하고 직선 주행에만 몰빵해 만든 스피드테일이 0-300km/h에 12.8초가 걸렸습니다. 한동안 직선 주행 성능의 왕좌를 차지했던 부가티 시론이 0-300km/h에 13.6초가 걸렸구요.

 

W1은 맥라렌 양산차 중 서킷에서 가장 빠른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요. 맥라렌의 가장 트랙 지향적인 양산차, 맥라렌 세나보다 나르도 링에서 3초나 빠른 랩타임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W1이 맥라렌의 양산차 중 최강의 모델이 될 것이라는 말이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닌 것 같습니다.

 

 

W1의 경쟁자들

영국에서는 W1을 내놓았으니, 독일과 이탈리아의 응답을 기다릴 때인데요.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W1이 공개되고 일주일 정도 지나 페라리에서는 라 페라리의 후속 모델, F80을 공개했거든요.

 

페라리의 8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지었다는 F80의 이름부터 F40을 디자인을 오마주했다는 페라리의 발표까지, F40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데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 자동차도 다른 포스트에서 다뤄보겠습니다.

 

반면 포르쉐는 이미 1년 전에 918 스파이더의 후속작을 예고했습니다. 프로젝트 X라는 이름의 컨셉카를 공개하면서, 포르쉐 최초의 하이퍼카가 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물론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포르쉐의 계획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그 당시 포르쉐는 순수 EV로 만들 계획을 하고 있었으며, 1000kg 당 1000마력의 중량 대비 출력 비율을 목표로 개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포르쉐의 하이퍼카는 언제 공개될지, 공개된다면 새로운 세대의 삼위일체에 걸맞는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포르쉐의 컨셉카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포르쉐의 새로운 하이퍼카는 전기차가 될 예정입니다 | 포르쉐 미션 X 이야기

포르쉐의 슈퍼카들 포르쉐는 아주 드물게 슈퍼카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딱 3대의 슈퍼카만 만들었거든요. 하지만 한 번 슈퍼카를 만들면, 제대로 된 슈퍼카를 만들죠. 포

rear-wheel-burnout.tistory.com

 

 

사용한 사진

 Mclaren W1 by Mclaren Automotive Press Room and Mclaren Automotive Official Youtube Channel

Ferrari F80 by Ferrari Media Cent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