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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핫휠

[핫휠] 뷰익 그랜드 내셔널 GNX

1980년, 머슬카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1973년의 석유 파동을 겪은 사람들은 연비와 배기가스 규제 정책 만들었고, 미국인들은 더 이상 기름을 퍼마시는 머슬카를 탈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규제 정책 아래에서 강력한 출력을 내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죠. 하지만 1982년, 머슬카와 어울리지 않는 시대에 가장 머슬카와 어울리지 않는 회사가 전설적인 머슬카를 만들어냅니다. 

 

오늘 이야기할 자동차는 87년식 뷰익 그랜드 내셔널 GNX입니다. 그랜드 내셔널은 뷰익의 중형 세단인 2세대 리갈을 베이스로 한 머슬카이며, GNX는 그랜드 내셔널 중에서 한정 생산으로 출시된 버전입니다. 

 

핫휠에서는 2007년에 그랜드 내셔널을 출시했고, 2020년에 GNX를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GNX 금형을 최초로 사용한 제품으로, 2020년 분노의 질주 프리미엄 시리즈의 Motor City Muscle 라인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유조차 씬의 마지막을 장식한 스턴트

 

그랜드 내셔널 GNX는 분노의 질주 4편의 오프닝에서 도미닉 토레토가 타고 등장합니다. 오프닝 이후 더 이상 스크린에 등장하진 않지만, 긴박한 스턴트 씬과 새까만 도색에 각진 외형은 관객들에게 충분히 인상적이었습니다. 

 

 

 


2세대 뷰익 리갈

그랜드 내셔널은 1980년대 뷰익의 고민에서 시작됩니다. 뷰익은 GM의 럭셔리 패밀리카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뷰익의 골칫거리는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브랜드 이미지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브랜드의 존재감이 없었냐면 자기가 타는 자동차가 뷰익 차인줄도 모르고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해요.

 

1981년, 뷰익은 대형 사고를 칩니다. 양산차 시장에서 존재감도 없는 뷰익이 모터스포츠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인데요. 뷰익은 중형 세단인 2세대 리갈으로 나스카에 출전했는데, 시대를 앞선 공기 역학 기술로 무려 61번의 레이스에서 1등을 차지하며 1981년과 1982년, 2년 연속으로 제조사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합니다.

 

2세대 리갈 레이스카. 혹시 이 모습이 익숙하신가요?
디즈니의 카 1편의 악역 칙 힉스가 바로 2세대 리갈 레이스 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뷰익은 나스카에서의 대성공을 통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레이스카와 유사하게 개조한 리갈을 출시하기로 결정합니다. 기존의 리갈은 '의사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를 깨고 스포티한 레이스카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파격적인 새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나스카 대회의 이름은 '나스카 윈스턴 컵 그랜드 내셔널 시리즈' 였는데, 짧게 '그랜드 내셔널'이라고 불렀습니다. 뷰익은 이 자동차가 그랜드 내셔널에서 우승한 자동차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신차의 이름을 대회 이름 그대로 그랜드 내셔널이라고 붙여버립니다. 

 

1982년식 그랜드 내셔널

그렇게 1982년 첫 그랜드 내셔널이 탄생합니다. 뷰익은 기존의 2세대 리갈에 레이스카와 비슷하게 에어 댐과 스포일러를 달아주었습니다.

 

재미 있는 점은 이 차를 뷰익에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인지 차체의 뒷쪽에 대문짝만하게 뷰익 레터링을 페인팅해뒀습니다. 당시 뷰익이 얼마나 '나스카에서 우승한 자동차 = 뷰익에서 만든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는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랜드 내셔널은 84년, 86년에 업그레이드를 거칩니다. 가장 큰 변화는 터보의 장착으로 출력의 큰 상승이었습니다. 이전까지 머슬카는 높은 출력을 위해 거대한 자연 흡기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엄격한 환경 규제 때문에 머슬카들은 엔진의 사이즈를 줄여야 했고 출력도 줄어들었습니다. 

 

여기서 뷰익은 머슬카의 전통을 깨고 터보를 장착합니다. 덕분에 그랜드 내셔널은 엄격한 환경 규제를 충족하면서 다른 머슬카보다 높은 출력을 낼 수 있었습니다.

 

자연 흡기 엔진을 사용한 82년식 그랜드 내셔널이 127마력을 낸 반면 터보 엔진을 사용한 86년식 그랜드 내셔널은 238마력을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업그레이드된 성능과 함께 그랜드 내셔널의 인기도 점점 높아졌습니다. 1982년에는 겨우 215대의 그랜드 내셔널이 생산되었지만, 86년에는 5500대 가량의 그랜드 내셔널이 생산되었고 단종되기까지 약 3만대 가량의 그랜드 내셔널이 만들어졌습니다. 

 

1987년, 그랜드 내셔널을 떠나보낼 시간이 되었습니다. 뷰익은 3세대 리갈의 출시를 앞두고 있었고, 시류를 거스르는 머슬카를 언제까지 생산할 순 없었죠.

 

뷰익은 그랜드 내셔널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최후의 그랜드 내셔널이자 최강의 그랜드 내셔널, GNX (Grand National Experimental) 을 출시합니다. 

 

GNX를 가장 강력한 그랜드 내셔널로 만들기 위해 뷰익은 맥라렌과 협업합니다. 맥라렌은 GNX에 더 큰 터보와 인터쿨러, 새로운 배기 시스템과 새로운 서스펜션을 달아줬습니다. GNX는 덕분에 304마력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는 GM의 간판 스포츠카인 쉐보레 콜벳보다 높은 출력이었는데, 콜벳의 판매량을 팀킬할 것을 우려해 실제보다 낮은 280마력을 낸다고 발표했다고 합니다. 

 

GNX는 0-96km/h에 단 4.6초가 걸렸고, 1마일을 주파하는데 단 12.7초가 걸렸습니다. 이는 당시의 콜벳은 물론이고 심지어 포르쉐 911, 페라리 F40보다도 빠른 기록이었습니다. 당시 직선에서 GNX보다 빠른 자동차는 시장에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다스베이더가 타이 파이터를 조종하지 않았다면 GNX를 운전하지 않았을까요

뷰익은 GNX를 547대 한정 생산했는데, 547대 모두 검은색으로 도색했습니다. 위압적인 디자인에 검은색 도색의 GNX는 마치 다스베이더를 연상시켰는데, 사람들은 '바퀴 달린 다스베이더'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랜드 내셔널은 1987년의 GNX를 마지막으로 단종됩니다. 리갈은 이후 6세대까지 업데이트되어 오늘날까지 생산되고 있으나, 그랜드 내셔널과 같은 고성능 모델은 두 번 다시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최고의 머슬카로 기억되는 그랜드 내셔널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부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몇 년전 GM이 그랜드 내셔널과 GNX에 대한 상표권을 갱신했다고 하는데, 과연 그랜드 내셔널 부활의 단서가 될지 지켜 봐야겠네요. 

 

 

 


GNX 여기저기에 작은 그랜드 내셔널 로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차체는 GNX의 유일한 컬러인 검은색으로 도색되어 있고, 휠도 영화에 나온 것과 같게 검은 색입니다. 앞바퀴 펜더 위의 그랜드 내셔널 로고도 도색되어 있네요. 

 

앞바퀴 펜더 위에 통풍구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전면부 그릴도 검은색으로 도색되어 있고, 오른쪽 하단에 콩알만하게 GNX 로고가 도색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핫휠의 헤드라이트 도색은 어색해 보여서 좋아하지 않는데, GNX의 헤드라이트는 진짜 같이 잘 도색되어 마음에 듭니다. 

 

후면에도 그랜드 내셔널 로고가 페인팅되어 있습니다. 번호판의 MP17949는 분노의 질주 영화에 사용된 자동차의 것과 같은 번호라고 하네요.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제품입니다. 금형은 GNX의 느낌을 잘 살려냈고, 올블랙 컬러도 이렇게 잘 어울리는 제품이 없는 것 같네요. 도장 퀄리티도 어디 흠잡을 부분 없이 깔끔합니다. 

 

 

 

사용된 자료

"Gas Tanker ATTACK!" by Screen Bites

"Buick Regal 2 Door" by IFCAR

"82 Bobby Allison Regal" by Zotzelectrical 

"1986 Buick Regal" by IMCDb

"1982 Buick Grand National" by Buick Turbo Regal

"1987 Regal GNX" by Car and Dri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