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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핫휠

[핫휠] BMW 2002 터보

오늘 이야기할 자동차는 BMW 2002 터보입니다. 2002는 1966년부터 BMW가 생산한 2도어 쿠페이며, 2002 터보는 1974년 출시된 02 시리즈 쿠페의 최상위 모델입니다. 

 

핫휠에서는 2012년에 2002 터보를 출시했으며, 이 제품은 2020년 카 컬쳐 시리즈의 Door Slammers 라인으로 출시된 제품입니다. 

 

 


이세타와 같은 이코노미카가 전후의 BMW를 먹여 살렸습니다. 그 땐 싸게 굴러가는 자동차가 제일 인기가 많았어요

2차 대전 종전 이후 BMW는 10년이 넘는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BMW는 대형 럭셔리 세단과 코딱지만한 이코노미카들을 주력으로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럭셔리 세단은 수익성이 너무 낮았고, 잘 팔리던 이코노미카는 전후 경제가 활기를 되찾으며 점점 시장에서 사라져 갔고, 그 자리는 중형 세단이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BMW는 이렇게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상황을 뒤집기 위해 새로운 중형 세단 시리즈를 출시합니다. 

 

노이에 클라세의 4도어 세단으로 출시된 BMW 1600

1962년, BMW는 새로운 세단 시리즈인 노이에 클라세 (neue Klasse, new class)를 세상에 공개합니다. BMW는 새로운 세단을 위해 새로운 엔진, 섀시와 바디를 개발하고, 대량 생산을 위해 새로운 조립 시설을 건설하는 등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그리고 투자는 BMW에게 큰 성공으로 돌아왔습니다. BMW 1600은 시장에 없던 세단이었습니다. 주행 성능은 뛰어나지만 럭셔리하고, 매일 타고 다닐 수 있는 실용적인 세단이었습니다. 스포츠 세단의 개념을 정립한 노이에 클라세 시리즈는 불티나게 팔립니다. 

 

경영난에서 허덕이던 BMW는 덕분에 화려하게 부활했고, 이후 시장에서 BMW는 스포티하지만 럭셔리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로 포지셔닝합니다. '운전의 즐거움을 주는 BMW'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이 때부터 시작되었어요.

 

노이에 클라세의 2도어 쿠페로 출시된 1602

세단으로 재미를 본 BMW는 노이에 클라세 시리즈를 확장하기로 합니다. BMW는 4도어 세단에서 문 두 짝을 떼고 길이를 줄인 2도어 쿠페 버전을 출시합니다. 출시명은 1600cc 엔진을 쓰고 문이 2개라는 뜻에서 1600-2였는데, 이후 1602로 줄여서 불렸습니다. 

 

1602는 더 컴팩트한 크기에서 오는 운전의 재미와 싼 가격 덕분에 많은 판매 실적을 올렸고, BMW는 좀 더 큰 2000cc 엔진을 얹어 고성능 모델인 2002를 출시했습니다. 2002는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되었는데, 고성능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특히 많았던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계속된 성공에 고무된 BMW는 1974년 과감한 결정을 내립니다. 2002에 터보 차저를 달아서 출시한 것인데, 그 당시까지만 해도 터보 차저는 모터스포츠에서나 쓰이던 실험적인 기술이었어요. 2002 터보는 BMW의 터보가 달린 첫 양산차이자 유럽에서 터보가 달린 첫 양산차였습니다. 

 

하지만 최악의 타이밍이 2002 터보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출시하고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1차 석유 파동이 찾아왔고, 기름값이 폭등하는 시기에 기름을 퍼먹는 2002 터보의 판매량은 처참했습니다. 02 시리즈의 전체 생산량인 80만대 중 2002 터보는 고작 1672대만 생산되었습니다. 2002 터보 이후 02 시리즈는 단종되었고, 이후 3 시리즈가 2도어 스포츠 쿠페의 포지션을 계승하게 됩니다

 

 

 


차체는 흰색에 M 디비전의 3색 스트라이프로 도색되어 있습니다. 흰색 색상이 조금 독특한데, 완전한 흰색은 아니고 빛을 받으면 아이보리색으로 반사되는 색상입니다. 측면에는 Eibach 서스펜션, Sparco와 요코하마 타이어 스폰서 로고와 2번 번호가 도색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빛을 받으면 아이보리...스러운 색이 나와요

2002 터보의 상징인 돌출된 펜더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뒷 유리창에는 콩팥 그릴과 함께 BMW를 상징하는 '호프마이스터 킨크' (Hofmeister kink)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뒷 유리창의 뒷쪽 선이 두 번 꺾어지며 돌출된 디자인인데, 노이에 클라세 이후 모든 BMW의 뒷 유리창은 이렇게 디자인되었다고 해요.

 

오른쪽 방향 지시등에 단차가 있네요..?

전면에는 BMW를 상징하는 콩팥 그릴이 표현되어 있고, 둥근 헤드라이트와 아주 작게 BMW 로고가 도색되어 있습니다. 그릴이 디테일하게 도색되지 않고 평평한 면으로 처리된 건 아쉽습니다. 

 

클래식 BMW의 특징인 뒷쪽에 비해 짧은 오버행과 상어코 디자인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전 옛날의 상어코 디자인이 오늘날의 디자인보다 예쁜 것 같아요. 

 

노이에 클라세의 디자인은 이후의 BMW의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전면부를 옆에서 보면 윗쪽이 아랫쪽보다 튀어나온 '상어코' 디자인은 90년대 초반까지 BMW의 디자인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 오늘날에는 너무 비대해져서 기니피그처럼 생겼다고 놀림 받는 콩팥 그릴도, 호프마이스터 킨크도 노이에 클라세에서 정립된 디자인입니다. 

후면에는 2002 레터링과 BMW 로고, 후미등이 도색되어 있고, 범퍼에는 작은 배기구가 나와 있습니다. 

 

유리창이 열려 있어 인테리어도 잘 보입니다. 앞열과 뒷열의 시트가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있고, 앞좌석에는 운전대, 기어 노브, 계기판이 보입니다. 

 

금형의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제품입니다. 실차의 비율을 잘 표현하면서 작은 차라는 느낌도 잘 살린 것이 만족스럽습니다. 1:64 스케일의 특징 상 작은 차도 큰 차처럼 표현되는 경우가 있는데, 2002 터보는 그런 느낌이 없어서 좋네요. 다만 그릴의 디테일한 표현 생략이나 방향지시등의 단차 등 부족한 도색 디테일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생산 연차가 쌓이면 도색 디테일이 개선되는 경우가 있는데, 2002 터보도 개선이 있길 기대해봅니다. 

 

 

 

 

사용된 사진 자료 

"BMW Isetta 600" by pedrosimoes7

"BMW 1600" by nakhon100

"BMW 1602" by mic

"BMW 2002 turbo" by Topsp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