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포드는 이상한 자동차에 머스탱 이름을 붙여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전기 크로스오버에 머스탱 이름을 붙여 머스탱 브랜드에 먹칠을 했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었죠. 그리고 최근, 포드는 또 이상한 자동차에 머스탱 이름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이번에는 좋은 의미로 이상한 자동차입니다.
포드가 발표한 '머스탱 GTD'는 트랙 퍼포먼스에 집중한, 가장 진화한 형태의 머스탱입니다. 이전까지 마하 1이나 GT350R과 같은 트랙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 모델이 있긴 했지만, GTD는 차원이 다릅니다.
포드는 GTD가 기존 머스탱에서 한 두 단계 발전하는 게 아니라, 몇 단계를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포드는 이 머스탱의 경쟁자로 AMG, 포르쉐, 애스턴 마틴을 지목하면서, 유럽의 강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최상위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재미와 흥미 위주로 쉽게 풀어보는 자동차 이야기, 오늘의 주인공은 머스탱 GTD입니다.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레이스카
포드는 올해 6월 머스탱 GT3 레이스카를 공개했습니다. FIA의 GT3 규정에 맞춰 개발된 레이스카로 내년 르망 24시에서 데뷔할 예정인데요.
개발의 15%가 진행되었을 때, 포드의 CEO인 짐 팔리가 레이스카를 보더니 양산형 버전을 만드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알아보니 짐 팔리, 이 사람 찐 차덕후인 것 같습니다. 50년 전부터 머슬카를 최고의 양산차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꿈꿔웠다고 하는데요, 그 꿈을 머스탱 GTD로 드디어 실현했습니다.
머스탱 GTD는 GT3 레이스카를 개발하면서 얻은 기술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름 GTD도 IMSA 스포츠카 챔피언십의 GT3 규정을 따르는 클래스, GT Daytona에서 따온 것이구요.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닙니다
머스탱 GTD는 단순한 머스탱의 업그레이드가 아닙니다. 7세대 머스탱과 플랫폼만 공유하는 완전히 다른 차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거예요.
먼저 심장부터 봐볼까요? 머스탱 GTD는 미국 머슬카의 근본인 V8 엔진이 들어갑니다. 이전 세대의 GT500에 들어갔던 5.2L 슈퍼차저 V8 ’프레데터‘ 엔진이 들어가는데요. 손을 봐서 출력은 800마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배기음은 걱정할 필요도 없겠죠. 죽여줍니다.
GTD가 공개된 며칠 후 로드 애틀랜타 서킷에서 테스트 주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배기음을 들려주었습니다. 한 번 들어보세요.
물론, GTD는 800마력짜리 출력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자동차입니다. 일반적인 머슬카가 아니잖아요! 더 재미있는 것들이 자동차의 내부에 숨겨져 있는데요.
5.2리터의 거대한 V8 엔진을 일반적인 머스탱처럼 차체의 앞쪽에 넣으면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겠죠. 앞뒤의 50:50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포드는 머스탱 최초로 트랜스액슬 방식으로 기어박스를 차체의 뒷쪽으로 뺐습니다. 레이스카나 슈퍼카급에서만 볼 수 있는 배치 방식이죠.
서스펜션도 다른 양산차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서스펜션이 들어갑니다. 서스펜션은 포드 GT에서 협업한 경험이 있는 멀티매틱이 개발했으며, 트랙용 딱딱한 셋업과 공도용 부드러운 셋업 2가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구요. 대시보드에서 버튼을 조작하는 것만으로 10초 만에 셋업을 변경할 수 있다고 합니다.
리어 서스펜션은 지면과 수평 방향으로 기울어진 푸시로드 방식으로 장착했는데요. 이렇게 푸시로드 방식으로 장착하면 자동차의 무게 중심을 최대한 지면에 가깝게 붙일 수 있어 코너링 성능이 향상되지만, 주행 편의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 일반적으로 양산차에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F1 레이스카들이 사용하는 방식이에요. 포드는 리어 서스펜션이 들어갈 자리에 기어박스가 차지하고 있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푸시로드 방식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트랙 위의 자동차는 가벼울수록 좋죠. 머스탱 GTD의 바디는 탄소 섬유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문, 그리고 A 필러, B 필러를 제외한 모든 바디 패널은 카본으로 만들었습니다.
옵션을 통해 초경량 마그네슘 휠도 장착할 수 있습니다. 휠을 감싸는 타이어는 전륜 325mm, 후륜 345mm로 초광폭 타이어를 사용하구요. 비교를 해보면, 포드 GT의 전륜이 245, 후륜이 325가 들어갔습니다. GTD의 전륜이 GT의 후륜만큼 두껍네요.
배기구는 말 그대로 F-22 전투기에서 뜯어와서 만들었습니다. 배기구는 티타늄 재질로 만들어질 건데, 이 티타늄은 퇴역한 F-22를 해체해 재활용하여 얻을 것이라고 해요.
자동차의 바디 라인을 보면 많은 곡선과 흡기구, 배기구, 공기 터널들을 볼 수 있는데요. 모두 실용적인 기능을 가진 디자인입니다.
공기 역학적 설계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이 리어 윙이죠. 트렁크 덮개가 아닌 C 필러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리어 윙에는 911 GT3 RS처럼 DRS 기능이 있습니다.
필요한 상황에서 윙의 윗부분의 각도를 조정해 다운포스를 줄이는 대신 공기 저항도 줄여 직선 가속 능력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GT3 RS처럼 버튼으로 조작해서 윙을 열고 닫을 순 없고, 자동차가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파악해 필요한 상황에서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포르쉐보다 빠를까요?
포드는 GTD를 공개하면서 유럽의 강자들을 콜아웃했는데요. 그러면서 GTD가 뉘르부르크링에서 7분 이내의 기록을 내는 것을 목표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7분 안으로 들어온다면,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 양산차 중 20등 안으로 들어가는 기록이겠네요.
많은 사람들이 현재 판매되는 양산차 중에서는 911 GT3 RS가 GTD의 가장 큰 라이벌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GT3 RS가 뉘르부르크링에서 6분 49초의 기록을 냈고, 기본 가격은 GT3 RS가 더 싸지만 패키지를 다 적용하면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거든요. 아, 그리고 둘 다 DRS 윙을 갖고 있기도 하네요.
그래서 정말 GTD가 911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죠. 하지만 포드가 진심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모터스포츠 역사 속에서 미국이 유럽에게 당하다가 한 번씩 열받으면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키는 일이 많았거든요. 다만 25년이 되면 포르쉐도 GT2 RS를 낼 것 같긴 한데...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짜' 머스탱으로 봐야 할까요
포드는 머스탱 GTD가 2025년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30만불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한화로 4억 정도 되는 가격인데, 이 가격 때문에 미국의 골수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좀 일었는데요.
머스탱은 머슬카의 상징이고, 머슬카는 자고로 싼 가격에 커다란 엔진의 조합, 그러니까 가성비 있게 즐기는 마력이 핵심인 자동차인데, 머스탱이 4억이라니 이건 선 넘는다고 본 거죠. 가장 최신형 머스탱도 기본 모델은 4만불 정도에 판매되고 있거든요.
하지만, GTD는 일반적인 머스탱과 궤를 달리하는, 다른 클래스의 자동차가 될 것입니다. 머슬카보다는 슈퍼카에 가깝고, 들어가는 기술이나 부품만 보더라도 머슬카의 수준은 아득히 뛰어넘었고, 일부는 다른 슈퍼카들보다도 기술적으로 더 진보한 부분도 보이거든요.
GTD를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포드가 GTD에서 얻은 노하우와 기술, 그리고 디자인이 일반적인 머스탱에도 낙수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습니다. GTD가 머스탱 브랜드의 진화를 이끄는 선구자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내연기관 종말의 시대, 미국의 3대장 머슬카도 절망적인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3대장 중 쉐보레의 카마로는 죽었고 (2024년을 마지막으로 단종한다고 발표했구요), 닷지의 차저와 챌린저는 이상한 전기 머슬카로 변질되었고, 근본 중에 근본, 최초의 포니카인 머스탱만 마지막까지 근본을 지키고 남아있네요. 이런 시기에 포드가 머스탱의 근본을 지키고, 그것도 모자라 가장 최강의 형태로 진화시킨다니 차쟁이에게는 감동적인 일입니다.
사용된 사진자료
Ford Mustang GTD by autoblog
American Big 3 by autocosmos
Ford GT40 1966 Le Mans by Autocar
2024 Ford Mustang GT by Roadand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