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64/핫휠

[핫휠] 포드 RS200 | 포드의 첫 슈퍼카

포드가 만든 첫 슈퍼카?

보통, 2005년식 포드 GT를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저는 1980년대에 포드가 만든 RS200이 포드의 첫 슈퍼카라고 생각해요. 무게는 1톤을 조금 넘기는 수준에, 출력은 400마력이 넘었어요.

이 엄청난 무게 대비 마력 덕분에 RS200은 무려 제로백 3.08초의 기록을 냈고, RS200은 이후 12년간 가장 제로백이 빠른 자동차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 정도면 슈퍼카 수준의 성능이죠?
 
그런데 이 자동차, 겉모습을 보면 슈퍼카라고 부르자니 이상합니다. 슈퍼카치곤 너무 작고, 비율도 이상하구요. 인테리어도 럭셔리와는 거리가 멀어요.
 
그리고 RS200은 사실 슈퍼카보단 레이스카에 가까운 자동차입니다. RS200은 태어날 때부터 랠리에 참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동차거든요. 그것도 전설적인 그룹 B 랠리예요.
 
 

랠리의 전성기

그룹 B는 역사상 가장 과격하고, 가장 규제가 적고, 가장 위험하고, 가장 유명한 랠리 시리즈입니다. 랠리 팬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랠리였고, 팬들에게 랠리의 황금기를 꼽으라면 모두들 그룹 B 시절을 꼽을 거예요.
 
 

그룹 B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최소한의 규정, 최대한의 경쟁'입니다. 그룹 B에서는 레이스카를 개발할 때 지켜야 할 규정이 거의 없었어요. 운전석과 조수석, 문 두 짝, 지붕이 달려있으면 레이스카로 인정되었거든요. 
 
 

란치아의 델타 S4는 엔진에 터보 차저와 슈퍼 차저를 둘 다 달았습니다

항공우주에서나 쓰는 값비싼 소재로 떡칠한 차체를 쓰는 것도, 터보 차저, 슈퍼 차저, 아니면 둘 다 넣은 미친 엔진으로 수백 마력의 출력을 뽑아내는 것도, 아니면 시대를 앞서간 컴퓨터 기술로 자동차를 제어하는 것도 모두 가능했습니다. 무엇이든 간에,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으면 할 수 있었어요.
 
 

제한이 사라지니 랠리카들은 말도 안 되게 빨라졌고, 경쟁은 치열해졌습니다. 전 세계의 팬들이 그룹 B에 열광했어요. 많은 제조사들이 그룹 B의 스타가 되려고 시도했습니다. 아우디, 포르쉐, 란치아, 푸조, 르노, 페라리까지 수많은 제조사들이 랠리카를 그룹 B에 보냈는데요.
 
 

아무튼 양산차입니다

이렇게 200대 이상 생산한 양산차가 있어야
그 양산차를 기반으로 한 랠리카를 대회에 출전시킬 수 있었어요

 이들 중 포드의 RS200가 특별한 건, 그룹 B에 참여한 레이스카 중에서 유일하게 근본부터 그룹 B를 위해 만들어진 레이스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룹 B에 참여하려면 호몰로게이션 규칙을 통과해요. 호몰로게이션의 내용은 레이스카는 반드시 200대 이상을 생산한 양산차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양산차 맞다니까요?

일반적으로는 200대 이상을 판매한 양산차를 개조해서 (그룹 B의 경우에는 좀 더 과격하게) 레이스카를 만들겠지만, 포드는 순서를 뒤집어서 완전히 새로운 레이스카를 개발한 다음, 조금 '힘을 죽인' 버전을 200대 만들어서 번호판을 붙이고 양산차라고 우겼어요. (그래서 이름이 RS200이에요. 'R'allye 'S'port '200') 그리고 포드의 꼼수는 통했습니다.
 
그래서 RS200은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오로지 그룹 B에서 이기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승차감, 수납공간, 유용성과 같은 현실과의 타협 없이, 오로지 흙바닥에서 남들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만들어진 거죠.
 

가장 완벽한 그룹 B 머신

푸조 205 T16

완벽한 그룹 B 머신을 만들기 위해서, 포드는 영리하게 RS200을 설계했습니다. 섀시 설계는 전직 F1 엔지니어들에게 맡겼어요. RS200는 당시 그룹 B의 챔피언인 푸조나 란치아가 증명한 '4륜 구동, 터보 엔진, 미드십'이라는 필승 공식을 그대로 따랐어요.
 
  4륜 구동으로 오프로드에서 최대한의 접지력을 얻으면서, 터보 차저로 작은 엔진으로 최대한의 출력을 얻고, 엔진을 자동차의 중간에 배치해 무게 중심이 앞이나 뒤로 쏠리는 것을 막는 것인데요.
 
 

여기서 더 나아가, 엔지니어들은 RS200의 엔진은 자동차의 중간에, 트랜스미션은 따로 앞쪽에 배치했습니다. 통상적인 미드십 배치 방식은 앞뒤 35:65 정도로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는 반면, RS200은 완벽한 50:50으로 무게가 배분되어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 때도 안정적이었어요.
 
 

무게가 가벼울수록 좋은 건 모든 모터스포츠에 적용되는 규칙이지만, 랠리에서는 특히 가벼운게 더 강력한 이점으로 작용해요

그룹 B 랠리카들은 차체를 최대한 경량화하기 위해 값비싼 소재를 사용하는 걸로 유명했습니다. 케블라, 탄소 섬유, 플라스틱 등 이전 랠리 무대에서는 사용된 적 없는 최신 소재들이 사용되었는데요. 포드가 선택한 RS200의 경량 소재는 유리섬유였어요.
 
 

문제는 유리섬유는 포드에게 생소한 물질이었습니다. 유리섬유로 자동차를 생산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포드는 RS200의 생산을 릴라이언트라는 작은 영국 제조사에게 맡겼습니다.
 
릴라이언트는 영국에서 출퇴근용 3륜차를 만드는 걸로 유명한 회사이지만, 동시에 유리섬유 소재에 도가 튼 전문가들이었거든요. 릴라이언트는 최대한의 연비를 위해 자사의 자동차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기 위해 유리섬유로 자동차를 만들었는데, 이걸 1950년대부터 해온 유리섬유의 장인들이었습니다.
 
 

릴라이언트의 공장에서 생산된 RS200의 양산 버전

포드의 새로운 랠리카를 영국의 3륜차 회사에서 생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지만, 포드의 엔지니어들은 유리 섬유 바디로 차체를 경량화할 수 있음에 만족했습니다. 덕분에 포드 RS200의 공차 중량은 1120kg에 불과했어요.
 
 

최악의 엔딩

F1 엔지니어가 디자인 섀시, 가벼운 공차 중량, 완벽한 밸런스 등등... RS200은 스펙상으로 보면 그룹 B의 챔피언이 되는 게 당연한 랠리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RS200이 거둔 성적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는데요.
 
RS200은 그룹 B에 1986년 데뷔했습니다. 데뷔 시즌에서 많은 레이스카들이 그렇듯, RS200도 여러 기술적인 문제들이 발목을 잡았는데요. 특히 차체의 앞쪽에 배치하면서 구조가 복잡해진 트랜스미션이 문제를 일으키며 완주도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포르투갈에서의 사고 후 RS200의 잔해

그러다가 1986년 시즌의 3번째 레이스인 포르투갈에서, RS200이 대형 사고를 냅니다. RS200이 통제를 잃고 관중들 사이로 날아갔고, 그 자리에서 아이 둘을 포함해 3명의 목숨을 잃고 30명이 다쳤어요.

그 이후 헤센에서의 레이스에선 RS200이 나무에 들이받고 연료 탱크가 폭발해 타고 있던 코드라이버의 목숨을 앗아갔구요.
 
 

그룹 B 폐지에 결정타를 날린 란치아 델타 S4의 사고

RS200의 연이은 사고는 그룹 B의 폐지로 이어지는 연쇄 작용의 시작점이었습니다. RS200 이후로 다른 랠리카들도 사고로 목숨을 앗아갔고, 아우디나 란치아와 같은 대기업 참가자들이 하나 둘 그룹 B에서 발을 뺐어요.

 연속되는 사고와 사망 이후, 사람들은 어쩌면 그룹 B는 인류가 받아들이기에 지나치게 과격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후 주최 측에서 그룹 B가 너무 위험하다는 세간의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1986년을 마지막으로 그룹 B를 폐지했습니다.
 
 

결국 RS200은 그룹 B를 제패하기 위해 태어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룹 B를 끝내버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랠리카가 되었습니다. 딱 한 시즌 뛰고 그룹 B가 사라지는 바람에 RS200가 그룹 B에서 얻은 최고의 성적은 스웨덴 랠리에서 3위가 끝인, 비운의 랠리카입니다.
 
 


 
 

패키징은 일반적인 팀 트랜스포트의 패키징 방식과 같습니다. 배경 카드의 일러스트가 예쁘네요.
 
 

 모델은 포드 레이스 팀의 흰색에 파란색 스트라이프의 리버리를 입고 있습니다. 실존하는 레이스카의 리버리를 재현한 건가 찾아봤는데, 200번 차량은 존재하지 않고 핫휠이 임의로 만든 리버리인 것 같네요.
 
 

RS200의 극단적으로 짧은 휠베이스에서 나오는 독특한 비율이 잘 살아있습니다. 핫휠의 과장된 표현 방식이 이렇게 독특한 자동차들을 표현할 땐 오히려 현실적인 비율보다 더 실차의 느낌을 잘 살리는 것 같아요.
 
 

전면부에는 포드 엠블럼과 헤드라이트, 안개등이 도색되어 있구요.
 
 

후면에는 후미등과 RS200 로고와 포드 엠블럼이 도색되어 있고, 범퍼와 스포일러의 벤트도 도색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뒷 유리창으로 운전자석 바로 뒤에 배치된 엔진을 볼 수 있습니다. 뒷 유리창에 4개의 작은 구멍도 있네요.
 
 

실존하는 레이스카의 리버리를 따라한 건 아니지만, 오토라이트, 빌스테인, 피렐리 등 나름대로 다양한 스폰서 로고가 도색되어 있습니다.
 
핫휠이 다른 다이캐스트 브랜드에 비하면 스폰서 로고를 잘 재현하는 편은 아니라서, 차라리 제대로 재현하지 못할 거면 이렇게 임의로 리버리를 만들어서 스폰서 로고를 넣는 것도 나쁜 것 같지는 않네요.
 
 

이 제품의 셀링 포인트인 서비스 밴과 트레일러입니다. 
 
 

서비스 밴도 RS200과 같이 포드 레이스 팀 리버리를 입고 있구요, 서비스 밴과 트레일러도 RS200와 같은 휠을 깔맞춤으로 신고 있습니다.
 
 

서비스 밴과 트레일러는 간단한 후크로 걸 수 있어요.
 
 

RS200이 워낙 예쁘게 나와서 RS200만 따로 팔아도 잘 팔렸을 것 같은데, 여기에 잘 어울리는 서비스 밴이랑 트레일러까지 넣어주니 정말 마음에 듭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팀 트랜스포트 제품 중 자동차와 트럭의 조합이 가장 잘 어울리는 제품이라고 생각해요. 
 

 


사용된 사진 자료
1977 Reliant Robin by Niels de Wit 
Lancia Delta S4 by Evo
1986 Ford RS200 by theDrive
Group B Legends by TopGear
Lancia Delta S4 Homologation by Motor1
Lancia Delta S4 by Silodr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