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휠] 메르세데스 벤츠 97년식 CLK GTR

너무 성능이 좋아서 상대들을 다 압살해버리고, 더 이상 싸울 상대가 없어져 레이스 하나를 폐지시켜 버린 레이스카입니다. 90년대의 은색 화살을 가장 잘 상징하는 자동차이고, 이륙하는 기능은 없습니다. 그 자동차랑 이 자동차랑 달라요.

오늘 이야기할 자동차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97년식 CLK GTR입니다. CLK GTR은 97년에 FIA GT 시리즈에 출전하기 위해 개발된 레이스카로, 호몰리게이션 통과를 위해 26대의 양산 버전이 생산되었습니다.

핫휠에서는 1999년부터 98년식 CLK-LM 을 생산했으나, 현대적인 금형으로 97년식 CLK GTR을 2021년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2021년 볼러바드 시리즈로 나온 제품입니다.

90년대 말, 모터스포츠에 새 바람이 부는 시기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레이스 시리즈였던 DTM은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폐지되었구요. 사람들의 관심은 FIA(국제 자동차 연맹)에서 신설한 GT 시리즈로 집중되었습니다. GT 시리즈는 양산차 기반의 레이스카로 레이스하는 시리즈였는데, 포르쉐나 페라리, 맥라렌 같은 인기 있는 제조사들이 참여를 밝히면서 기대는 더욱 커졌어요.

GT 시리즈는 GT1과 GT2로 클래스를 나누었는데, GT1이 상위 클래스로 더 좋은 브레이크, 두꺼운 타이어, 강력한 엔진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제조사들은 GT1 클래스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레이스카를 준비했어요.

포르쉐에선 GT1 클래스에서 경쟁하기 위해 아예 새로운 레이스카, 911 GT1 을 개발했습니다

많은 제조사들이 쟁쟁한 레이스카들을 준비하는 걸 보고 벤츠도 GT1 클래스에 참여를 결정합니다. 벤츠는 AMG에게 GT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까지 레이스카를 제작할 것을 요청합니다. 지금은 AMG가 벤츠의 퍼포먼스 부서이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벤츠와 AMG는 협력 관계에 있는 별도의 회사였어요.

90년대 가장 완벽한 슈퍼카로 불렸던 F1의 레이스카 버전, F1 GTR

AMG는 F1 GTR보다 더 빠른 레이스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FIA GT 시리즈의 전신이었던 BPR GT 시리즈의 챔피언이 F1 GTR이었거든요.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짧았고, AMG는 직관적이지만 특이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AMG는 비밀리에 F1 GTR을 구매한 다음, F1 GTR을 새로운 레이스카의 개발을 위한 실험대로 사용했습니다. AMG가 새롭게 디자인을 설계하면, 먼저 F1 GTR의 섀시에 올려서 트랙 기록을 잰 다음 오리지널 F1 GTR의 기록과 비교하면서 공기역학 성능을 테스트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테스트카를 만들 시간도 아낄 수 있고, 새 디자인이 F1 GTR의 것보다 나은지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완성된 프로토타입은 테스트 트랙에서 F1 GTR보다 2초 빠른 기록을 낼 수 있었어요.

F1 GTR을 엄청나게 착취한 덕분인지 CLK GTR은 단 128일만에 개발을 끝냅니다. 덕분에 메르세데스-AMG 팀은 FIA GT의 첫 시즌인 97년 시즌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CLK GTR은 시즌 초반에는 F1 GTR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시즌 중반부를 지나 점점 제 성능을 발휘하면서 우승을 휩쓸어 옵니다. 총 11경기 중 6승을 차지해 첫 GT1 클래스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해요.

그걸로는 성에 안찼는지, AMG는 98년 CLK LM을 제작합니다. 이름에서부터 보이듯이 르망에서 이기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었는데요. 24시간의 레이스를 버티기 위해서 엔진을 6000cc V12 엔진에서 5000cc V8 엔진으로 바꾸고, 디자인도 더 공기 역학적으로 수정했습니다.

CLK LM은 CLK GTR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둡니다. 98년 GT1 챔피언십에서 10번 경기 출전해 10번 모두 우승을 차지해버렸어요.

얼마나 성능이 사기적이었으면 99년 시즌에는 메르세데스-AMG 팀을 제외한 모든 팀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결국 FIA 에서 GT1을 폐지시켜버립니다. 미친 성능으로 경쟁자들을 다 때려눕히고, 자기가 레이스할 경기까지 폭파시키는 걸 보면 참 벤츠답습니다.

웃긴 건 CLK LM은 정작 르망에서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예선전은 압도적으로 1-2위를 차지했는데, 본선에서 엔진이 문제를 일으키며 완주도 못했어요.

아, 그리고 CLK GTR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아닙니다. CLK GTR이 GT1 클래스를 죽인 후, GT1을 대체하기 위해 FIA는 LMGTP를 만들었어요. 여기에 참여하기 위해 벤츠는 CLK GTR의 후속작, CLR을 만드는데요. 이 차가 그 유명한 하늘을 나는 자동차입니다.

사실 그 당시 레이스카가 하늘을 나는 건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었습니다. 르망 24시가 개최되는 라 사르트 서킷이 워낙 노면이 불안정한 서킷이기도 하고, 레이스카가 레이스카 뒤에 바짝 붙으면 생기는 더티 에어 효과 때문에 자동차가 이륙하는 건 '생길 수도 있는' 정도의 일이었습니다.

다만 같은 차가 같은 레이스에서 3번이나 이륙하는 건 생기면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CLR은 연습에서 이미 2번이나 이륙했고, 엔지니어들이 이륙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수정을 했지만 결국 본선에서도 차가 이륙하며 이 모습이 전세계에 생중계 됐습니다.

벤츠는 이 사건 이후로 르망에서 물러났고,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미친 성능으로 레이스를 씹어먹고, 갑자기 자폭해서 레이스에서 발을 빼는 것까지 정말 벤츠다운 엔딩입니다.

차량은 은색으로 도색되어 있고, D2 Privat 팀 리버리를 입고 있습니다. 휠은 은색 10 스포크 휠을 넣었는데 양산차 버전의 휠과 잘 매치되는 것 같네요.

이 1번 차량 리버리를 모델로 한 것 같은데, 바르슈타이너 스폰서 로고만 제외하면 대부분의 스폰서 로고가 제 위치에 도색되어 있네요.

전면에는 CLK의 상징인 4개의 헤드라이트가 도색되어 있고, 전면부 그릴은 도색으로, 범퍼쪽 덕트는 금형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퀄리티가 높진 않아도 AMG 로고와 브릿지스톤 로고까지 모두 도색해준게 만족스럽네요.

후면부에는 후미등과 모빌원 스폰서 로고, 번호판과 배기구가 도색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플라스틱 재질의 리어 윙이 또 휘어져서 왔네요. 마쯔다 787B만큼 심하진 않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입니다. 제가 모은 핫휠 중 이런 재질의 리어 윙은 전부 휘어져서 왔는데 윙을 아예 메탈 재질로 바꿔줬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