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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핫휠

[핫휠]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

산업 역군이자, 캠핑카의 선두 주자이고, 히피 문화의 아이콘입니다. 자동차 업계와 문화에 이렇게 크게 영향을 준 자동차가 또 있을까요? 

 

오늘 이야기할 자동차는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입니다. 마이크로버스, 타입 2 또는 트랜스포터는 폭스바겐에서 생산하는 미니밴입니다. 1세대 트랜스포터는 1950년부터 생산을 시작했으며, 해당 제품은 1세대 트랜스포터 중 럭셔리 버전인 '삼바'입니다. 

 

상징적인 자동차인만큼 핫휠에서도 정말 다양한 버전의 타입 2를 출시했습니다. 일반적인 패널 밴이나 픽업부터 드래그 버전이나 GTR 버전, 몬스터 트럭까지 정말 다양한 금형이 나왔는데, 이 중 디럭스 스테이션 웨건, 또는 삼바 버전은 2008년 출시한 금형입니다. 해당 제품은 2021년 볼러바드 시리즈로 출시되었습니다. 

 


비틀의 짐차 버전?

때는 1947년, 나치가 몰락하고 독일은 한창 재건에 몰두하고 있을 시기입니다. 폭스바겐의 해외 딜러였던 벤 폰은 네덜란드에 보낼 비틀을 구매하기 위해 폭스바겐 공장에 방문했어요.

 

독일어로 Plattenwagen, 우리말로 수레 정도로 보면 될까요?

벤 폰은 공장에서 재미난 광경을 봤는데, 공장 직원들이 부품을 운반하기 위해 비틀의 섀시로 짐차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벤 폰은 이걸 조금 손 봐서 양산하면 불티나게 팔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바로 이사회에 이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타입 1 (비틀) 과 타입 2의 휠베이스가 완전히 같습니다

그렇게 폭스바겐 타입 2가 탄생했습니다. 타입 2는 폭스바겐이 만든 2번째 모델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었어요.

 

타입 2는 타입 1, 즉 비틀과 많은 부품을 공유했어요. 비틀의 개조된 섀시를 사용했기 때문에 휠베이스도 같았고, 엔진 배치 방식도 차체의 뒷쪽으로 똑같았으며, 엔진까지 4기통 공랭식 수평대항 엔진으로 같았어요. 비틀의 자그마한 버스 버전 같은거였죠. 

 

비틀의 설계를 따라한 것이 이 작은 버스에게는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엔진을 저 뒤로 쭉 빼버리니 운전석을 앞바퀴 위에 올릴 수 있었어요. 이렇게 하면 운전할 때 시야도 잘 보이고, 짐이나 사람을 실을 수 있는 공간도 넓게 확보할 수 있었죠.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만인을 위한 자동차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밴' 이라는 개념은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많은 사람이나 물자를 나른다면, 기차나 버스, 트럭을 사용했어요.

타입 2는 버스나 트럭보다 훨씬 작고 유지비가 저렴하면서, 많은 물자나 사람을 나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타입 2가 성공하자 많은 회사들이 폭스바겐을 따라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밴이라는 차종이 형성된 것입니다. 

 

타입 2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폭스바겐에서는 더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버전의 타입 2를 출시했습니다. 너무 종류가 다양해서 리스트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인데, 그 중 일부만 보자면 

 

뒷좌석과 창문을 싹 걷어낸, 물건을 옮기는 짐차 버전인 패널 밴이 있었구요.

 

반대로 좌석수를 늘리고 문을 6개나 달아놓은 택시용 버전도 있었습니다. 

 

더 큰 짐칸을 위한 픽업트럭 버전도 출시했습니다.

 

가장 럭셔리한 버전으로 '삼바'도 출시했는데, 23개의 창문에 썬루프까지 달려 있었던 초호화 버전이었습니다. 삼바는 주로 알프스 관광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타입 2는 말 그대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어떤 용도로든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가 되었습니다. 택시나 버스가 되어 사람을 옮기기도 하고, 트럭이 되어 짐을 나르기도 하고, 심지어 구급차나 소방차로 개조되어 사용되기도 했어요. 

 

정말 사회 전반에 사용된 자동차네요

 

캠핑카와 히피 문화의 아이콘

타입 2는 사실 오늘날의 캠핑카 문화의 뿌리가 되는 자동차이기도 합니다. 타입 2의 저렴한 가격과 많은 짐을 넣을 수 있다는 점은 캠퍼족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자신의 캠핑 도구들을 차에 전부 쑤셔넣고 타입 2를 마치 움직이는 집처럼 개조하여 사용하는 사람들이 등장했어요. 

 

곧 폭스바겐이 이걸 발견하고 베스트팔리아와 협업해 타입 2를 캠핑카로 개조하는 키트를 출시합니다. 접이식 침대, 싱크대, 커튼, 팝업 지붕, 텐트 등등 다양한 개조 옵션들이 제공되었고 많은 캠퍼들이 이를 사용하면서 캠핑카 문화가 자리잡습니다.

 

미국에서는 타입 2가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미국에 타입 2가 수입된 60년대에는 히피 문화가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고, 주류 문화에 반대하는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 사람들에게 타입 2는 최적의 자동차로 보였나 봅니다. 

 

일단 사람들을 많이 태울 수 있으니 시위나 집회에 나가기 좋고, 그러면서 싸고 정비하기도 쉬웠죠. 그 당시 큼직큼직하고 엔진도 대배기량에 기름을 퍼마시는 미국의 자동차와 비교하면, 자그마하고 엔진 배기량도 쬐깐해 기름도 덜 먹는 타입 2는 그 대척점에 있는 자동차였습니다. 주류 문화와 사회에 반대하는 히피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딱 알맞는 자동차였던 겁니다. 

 

많은 히피들이 화려한 꽃무늬와 히피 상징들을 도색해 타입 2를 타고 다녔고, 타입 2는 히피 문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영화 카에 나오는 필모어가 바로 이런 히피 문화와 히피 밴을 상징하는 캐릭터에요. 

 


 

차체는 크림과 하늘색 투톤으로 도색되어 있고, 휠은 크롬색 휠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이크로버스는 이런 산뜻한 색의 투톤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전면부에는 마이크로버스의 상징인 V자 패널에 체커 패턴이 도색되어 있습니다. 커다란 폭스바겐 엠블럼과 헤드라이트도 도색되어 있구요. 

 

타입 2의 특징 중 하나가 싼 가격에 비해 크롬을 후하게 써줬다는 건데, 핫휠에서는 크롬 표현이 바퀴를 제외하면 찾기 어려운게 아쉽습니다. 특히 폭스바겐 엠블럼은 크롬 처리를 해줬으면 정말 예쁠 것 같네요. 

안에 저 거대한.. 기둥은 뭘까요

후면에도 체커 패턴과 크림-하늘색 투톤이 이어집니다. 

 

오른쪽 2번째 창문은 열려있습니다

'삼바' 버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엄청나게 많은 창문 수입니다. 초기형은 23개, 후기형은 21개의 창문을 달았는데 해당 제품의 금형은 21개의 창문이 달려 있네요. 

 

썬 루프도 있긴 한데, 아쉽게도 투명하진 않고 그냥 검은색 도색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도 도색 퀄리티의 아쉬운 점이 보이는데, 윗쪽 창문의 외곽선 도색이 창문이랑 엇나가는게 보이네요. 

 

소장하고 있던 픽업 트럭 버전의 타입 2와 비교해봤습니다. 삼바 버전은 2008년 출시한 금형, 픽업 버전은 2018년 출시한 금형이에요. 

픽업 버전은 굉장히 자세가 낮게 표현된 반면 삼바 버전은 지상고가 높게 표현되었는데, 둘의 전고 (높이)는 거의 비슷합니다. 이러다 보니 삼바 버전의 비율적인 표현이 조금 어색해 보이는데요. 

이렇게 전면부를 비교했을 때 픽업 버전은 V자 패널이 굉장히 넓고 실차와 비슷하게 표현된 반면, 삼바 버전은 V자 패널이 짧고 좁게 표현된 걸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난 10년간 핫휠의 금형 설계 방식이 실차에 가깝게 재현하는 쪽으로 변화했다는 것의 증거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출시한지 10년이 지난 금형을 출시한 마텔의 결정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금형에 대한 아쉬운 이야기를 좀 적긴 했지만, 컬러 선택이 너무 사기적인 제품입니다. 하늘색에 크림 투톤을 어떻게 참아요... 구식 금형도 눈감아 줄만한 도색이고, 또 금형 퀄리티도 2008년에 나온 것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사용된 사진 자료

Plattenwagen by Autozeitung

Type 2 cutaway by autozine

Beetle and bus comparison by Volkswagen

Minibus by Volkswagen

rare vw t1 kombi bus 6 doors "TAXI" by Kombi Bus

Panel Van by OSX II

Flatbed by justacarguy

Samba by Berthold Werner